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 10인의 작가가 말하는 그림책의 힘
최혜진 지음, 신창용 사진 / 은행나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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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13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글

 신창용 사진

 은행나무

 2016.10.20.



공부 잘하는 모범생 타입이라 학교 가는 게 특별히 싫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학교가 제 창의성을 길러주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22쪽/조엘 졸리베)


매일 아침 집에서 작업실로 걸어가는 15분 동안 속으로 외치며 감격한답니다. ‘이렇게 재미있게 일하며 살 수 있다니!’ (89쪽/올리비에 탈레크)


어려움 속에 있는 아이를 모른 척하고 내버려두는 것도 물론 나쁩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지 않게 미리 다 방지해 주는 것도 좋지 않은 방식이에요. 아이가 자기 느낌을 가져 볼 기회, 진짜 세상을 배울 기회를 뺏는 거니까요. (118쪽/클로드 퐁티)


뭔가를 창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일하게 필요한 재능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라는 의지라고 생각해요. 적당히 눈을 사로잡는 창작물은 많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창작물은 많지 않아요. (181쪽/뱅자맹 쇼)


제가 동물을 관찰하며 그림 그리는 것을 본 선생님은 그 뒤로 무려 18년 동안,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해 저를 초대해 그 농장에서 2∼3개월씩 머물며 그림 연습을 하게 해주셨어요 … (제가 일본에 남았다면) 그림을 그리지 못했을 겁니다. 만약 그렸다고 해도 대학도 나오지 않은 저를 만나줄 편집자가 과연 있을지 모르겠네요. 일본 책을 보면 저자 소개에 학력부터 나옵니다. 아, 한국도 그런가요? (265쪽/이치카와 사토미)



  유럽이라는 터전에서 그림책을 그리는 분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고서 엮은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최혜진, 은행나무, 2016)를 읽는데, 이분이나 저분이나 한결같이 들려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림책을 그리는 길에서 ‘대학 졸업장’은 쓸 일이 없다지요. 아니, 대학 졸업장은 오히려 그림책을 그리는 길에 걸림돌이 된다지요. 무슨무슨 학교를 다녔거나 누구누구 스승이 있다고 내세우려면 그림책을 그릴 수 없다고도 말해요.


  그림책은 아기부터 할아버지까지 다같이 읽습니다. 이 그림책을 어버이 품에 안겨서 함께 읽는 아기는 ‘그림책 지음이 배움끈’이 궁금하지 않아요. 그림책 지음이 나이도 대수롭지 않아요. 그림책 지음이가 어느 나라 사람이건 따지지 않아요.


  그림책을 짓는 분들 사이에서는 위아래도 높낮이도 없습니다. 더 뛰어난 그림책이 없습니다. 더 못난 그림책도 없어요. 저마다 다른 붓놀림으로 서로 새로운 이야기꽃을 지피는 그림책이에요.


  문득 생각합니다.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는 유럽에서 그림책을 그리는 분들을 만나는데, 이 가운데에는 일본사람도 있어요. 태어난 곳은 일본이되 일본을 떠나 홀가분하게 그린다고 합니다. 일본에 머물면 ‘마친 대학교’라든지 군더더기에 너무 얽매여야 해서, 고등학교만 마친 그분은 그림책을 오롯이 사랑할 수 있는 새로운 삶터를 찾아서 이녁 나라를 떠났다더군요. 그렇다면 “한국 그림책 지음이한테 묻는다”면, 이 나라에서 그림책을 그리는 분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만할까요?


  “학교가 창의성을 길러 주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하고 들려주는 목소리를 곰곰이 새겨 봅니다. 유럽에서 나고 자란 분조차 유럽 학교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오늘날 학교란 어떤 몫을 할까요?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데, 오늘날 학교는 아이들 마음이며 넋이며 숨결이며 생각을 얼마나 새롭게 지피는 한마당 노릇을 할까요?


  학교가 졸업장을 없앤다면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라에서 자격증을 굳이 안 따진다면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 생각해 봐요. 땅을 일구는 흙지기가 되는 길에 자격증도 졸업장도 덧없습니다. 흙을 읽고 바람이며 빗물이며 해를 읽어야 합니다. 씨앗을 읽고 푸나무를 읽어야겠지요.


  그림책이라는 길도 이와 같아요. 어린이 마음과 할머니 마음을 읽어야 그림책이 태어납니다. 푸름이하고 여느 어버이 수수한 삶길을 읽을 적에 비로소 그림책 하나를 곱다시 선보일 만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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