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1.6.


아침에 들춘 《노란 책, 자크 티보라는 이름의 친구》라는 만화책 12쪽에 ‘고삭부리’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무슨 말인가 아리송해서 사전을 뒤지니 “밥을 적게 먹거나, 몸이 늘 아픈 사람”을 가리키는 텃말이라고 합니다. 이런 말이 다 있네 하고 글꾸러미에 옮겨적으며 생각했습니다. 골골대거나 삭은 듯한 느낌이 낯선 말, 아니 처음 만난 낱말에서 물씬 피어납니다. ‘소식가·병약자·병자·환자’ 같은 한자말을 걸러낼 만하지 싶어요. 이 만화책에 흐르는 말씨 가운데 ‘발언’이 살짝 거슬려서 곰곰이 생각하는데, ‘말·말씀·이야기·얘기’뿐 아니라, ‘지껄이다·읊다·내뱉다·재잘거리다·조잘거리다·지저귀다’처럼 온갖 말씨로 손볼 만하겠더군요. 가만히 보면 ‘말’하고 얽힌 텃말이 무척 많은데, 우리는 그 숱한 말 가운데 어떤 말을 얼마나 곁에 두면서 쓰는 하루일까요? “과거의 발언”이란 말씨를 먹물이 곧잘 쓰는데 “예전에 한 말”이니 ‘지난말’처럼 단출히 써도 어울리겠네 싶어요. ‘블랙리스트’라면 수수하게 ‘검은이름’으로 풀어낼 수 있는데, 재미있게 ‘밉이름·밉낯’이라 할 만하고, 오랜말 ‘미운털·찍히다’도 있습니다. ㅅㄴㄹ


고삭부리 ← 소식가(小食家), 무기력자, 병약자, 약자(弱者), 약하다, 환자

말(말씀·이야기·얘기·지껄이다·읊다·내뱉다·재잘거리다·조잘거리다·지저귀다) ← 발언

지난말 ← 과거의 발언

미운털(밉이름·밉낯·검은이름·찍히다) ←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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