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생물학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35
이상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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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인문책시렁 109


《10대와 통하는 생물학 이야기》

 이상수

 철수와영희

 2019.10.3.



아일랜드 사람들이 럼퍼 외에 다른 감자를 심었다면 어땠을까요? 3000 종류가 넘는 감자 중에 럼퍼 말고 다른 감자 너댓 종류를 섞어 심었다면 사태의 참혹함은 덜하지 않았을까요? (69쪽)


흙을 망가뜨리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식의 농사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살충제를 사용하면 당장은 생산량이 늘어날지 몰라도 생물다양성을 해치고 일부 해충만 득세하는 비정상적인 생태계를 조성하지요. (107쪽)


생명 윤리법이 있다 해도 중국처럼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는 얼마든지 인간 배아를 실험할 수 있습니다. (175쪽)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힌 왓슨의 능력은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동료 과학자를 폄하하고 인격을 조롱하는 그의 행위는 분명 존경받을 만한 태도가 아니지요. (200쪽)


유전체 정보는 모든 계층으로부터 광범위하게 모으는데 그 혜택은 일부 계층에게만 돌아가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죠. (222쪽)



  밭고랑을 자꾸 쪼면 흙이 여물지 못합니다. 밭고랑 흙이 여물지 못하면 가랑비에도 흙이 떠내려갑니다.


  온누리 모든 흙은 주검입니다. 풀잎이며 나뭇잎이 시들어서 차근차근 삭아서 바뀌는 흙이요, 풀벌레에 나비에 잠자리에 크고작은 숲짐승이랑 들짐승이 죽으면서 바뀌는 흙입니다. 사람이 누는 똥오줌도 시나브로 흙으로 바뀌고요. 그런데 논밭에 풀 한 포기 남기지 않는다면, 겨울에 시든 풀잎이나 봄가을에 떨어지는 가랑잎이 내려앉아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이 흙은 싯누렇게 되어 마치 모래벌 모습이 되겠지요.


  흙이 기름지지 않으니 비료에 농약에 항생제를 쏟아부어서 논일이나 밭일을 하기 일쑤입니다. 싱그러이 살아서 숨쉬는 흙이라면 비료도 농약도 항생제도 안 쓸 만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오늘날 흙일은 오롯이 농약장사에 비닐장사에 비료장사가 돈을 버는 얼거리로 흐르지 않을까요?


  푸름이하고 함께 읽는 인문책인 《10대와 통하는 생물학 이야기》(이상수, 철수와영희, 2019)를 읽으며 흙을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생물학을 짚은 인문책입니다만, 흙 이야기도 곧잘 흐릅니다. 생물학 이야기에 웬 흙이냐고 고개를 갸웃할 수 있습니다만, 모든 목숨이 살고 죽는 흐름은 흙하고 맞물리니, 흙을 어떻게 바라보거나 돌보거나 아끼는가 하는 길도 생물학을 깊고 넓게 익히는 징검다리가 되어요.


  한 가지만 심는 흙일(단일경작)일 적에는 작은 벌레 하나한테도 몽땅 갉아먹히곤 합니다. 여러 가지를 고루 심는 흙일이라면 온갖 벌레가 있어도 딱히 달라붙지 않는다고 해요.


  늘 풀밭을 마주하면서 살고 보니 ‘잡풀이라고 여기는 풀을 샅샅이 뽑아내어 죽이다 보니, 풀벌레가 먹이로 삼을 풀(잡풀)이 없어, 사람이 심는 푸성귀를 그렇게 갉아먹으려 하지 않나?’ 하고 느끼곤 합니다. 풀벌레는 사람이 심은 푸성귀만 갉으려 하지 않아요. 아니, 사람이 심은 푸성귀도 더러 갉지만, 이보다는 사람이 안 심었기에 저절로 돋는 풀을 매우 달게 먹어요. 햇볕이며 빗물이며 바람을 듬뿍 머금은 여느 풀이야말로 풀벌레 먹을거리라고 할까요.


  푸른인문책 《10대와 통하는 생물학 이야기》는 곁을 찬찬히 보는 눈길로 이끌려 합니다. 먹이사슬 너머 흙을, 뛰어난 과학자이기 앞서 참되거나 착한 마음을, 여러 과학 이론보다는 우리 삶자리를 바라보자고 이끌어요.


  노벨상을 탈 만한 이론을 세웠다고 하지만, 지구라는 별을 아끼거나 온누리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 생물학 이론이나 과학 이론은 어느 길로 치달을까요? 싸움판에서 생화학 무기를 지어낸 사람은 바로 과학자였어요. ‘실험실에서 세포를 붙여서 사람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이들도 바로 과학자예요.


  사랑으로 맺어서 태어나는 아이가 아닌, 실험실에서 이모저모 짜맞추어 만드는 아이라면, 이 별은 어떻게 될까 싶습니다. 생물학이라는 과학은 바로 이 마음을, 눈길을, 숨결을, 삶을 처음부터 다시 헤아리면서 어깨동무하는 길로 어우러지자는 뜻으로 배우겠지요. 입으로는 ‘목숨을 아끼자’고 읊는 학문이 아니라, 삶으로 서로 손을 맞잡고 아름다이 피어날 길을 찾는 학교와 사회와 나라와 학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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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12-25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구입했고 다음 읽을 책으로 순번 기다리고 있답니다.
과학책이 아닌 인문책으로 분류해놓으셨지만 과학, 인문, 구분이 중요한건 아니니까요.

숲노래 2019-12-25 20:11   좋아요 0 | URL
끝자락... 진화론 창조론 대목은
같은 얘기를 굳이 여러 벌 되풀이해서 아쉬웠어요.
저는 깊은 시골에서 늘 숲을 곁에 두고 살면서
진화론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엄청난 열매를 늘 보는데
‘과학‘을 다루는 한국 지식인이 좀 결벽이 센 듯해요.
양자물리학을 좀 공부하시면 좋을 텐데요..
아무튼, 그 대목을 빼고는 참 훌륭한 책이라고 느껴요.
과학도 인문도 철학도 종교도,
앞으로는 모두 ‘삶책(삶을 노래하는 책)‘으로 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