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하고 싶은 대로 : “하고 싶은 대로” 할 노릇이다. ‘좋아 보이는’ 대로 하거나, ‘뜻있어 보이는’ 대로 하거나, ‘올발라 보이는’ 대로 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나 놀이는 “스스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달리 할 까닭이 없다. 두어 살 아이로 살아갈 적에도, 아홉열 살 어린이로 살아갈 적에도, 열다섯 살 푸름이로 살아갈 적에도, 스물네 살 젊은이로 살아갈 적에도, 마흔 살 아저씨 아줌마로 살아갈 적에도, 일흔 살 할머니 할아버지로 살아갈 적에도 늘 하나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할 노릇이다. 일흔 살 할머니도 꽃무늬 깡동치마를 입으면서 춤출 수 있다. 눈치를 봐야 하지 않다. 서른 살 아저씨도 바지 아닌 치마를 두를 수 있다. 왜 치마를 가시내만 두르는가. 열 살 어린이도 글씨가 깨알같은 책을 읽을 수 있고, 여든 살 할아버지도 그림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자가용을 몰아도 되고, 두 다리로만 다녀도 된다. 자전거를 타도 되고, 택시를 타도 된다. 하루에 세끼를 먹어도 되고, 하루에 한끼만 먹거나, 며칠에 한끼를 먹어도 된다. 햄버거를 먹든 짜장국수를 먹든 대수롭지 않다. 한국사람이란 옷을 입었으니 김치를 잘 먹어야 하지 않다. 쌀밥을 먹어야만 힘이 날 까닭이 없다. 어느 자리 어느 곳 어느 때에서든 우리는 모든 일이며 놀이를, 다시 말해서 삶·살림·사랑을 “우리 스스로 하고 싶은 대로 가는 길”이면 된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길인데, 우리 스스로 갈 길이 아닌, 저쪽 저 사람이 가는 길이 놀랍고 대단하고 좋고 멋지고 뜻있고 알맞고 올바르고 아름다워 보인다 하더라도, 저쪽 저 사람 길은 저이가 가는 길이다. 다만, 우리가 저 사람이 가는 길을 같이 가고 싶다면 “저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스스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귀여겨듣고 우리 마음에 먼저 새겨야겠지. 저 사람이 어떤 마음이 되어 스스로 사랑하면서 저 길을 가는가를 헤아리지 않고서 ‘좋음·올바름·뜻깊음’을 섣불리 앞세우려 한다면, 저 사람이 가는 길 발끝에도 못 닿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힘들고 괴롭다. 이런 길도 되고 저런 길도 된다. 어느 길이든 다 뜻일 수 있고 좋을 수 있다. 무엇보다 남 눈치를 안 보아야 하고, 남이 세운 뜻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부터 생각해서 찾을 노릇이요, 이렇게 찾아낸 우리 길을 신나게 노래하면서 갈 노릇이다. 1992.8.2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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