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만화책이라 깔보니 : 한국처럼 만화책을 깔보는 나라도 드물리라 본다. 만화가 무엇이고 만화책이 무엇인가를 너무 모르는 터라 만화책을 깔보기도 하지만, 스스로 만화책이 무엇인가 하고 알아보려고조차 하지 않으니 만화책을 얕보기도 한다. 더구나 스스로 만화책을 사서 읽을 생각이 없고, 이렇게 안 하다시피 하니, 만화책을 어떻게 읽고 나누며 알려주고 이야기하고 새롭게 누려서 마음빛으로 삼는 길이 있는가를 영 모르기까지 한다. 만화책은 그림하고 글이 어우러진다. 그림만으로는 못 읽는다. 글로만도 못 읽지. 그림하고 글을 한꺼번에 읽으면서 줄거리를 살펴야 하고, 두 가지를 나란히 마음에 담고서 줄줄이 나아가야 비로소 즐긴다. 다시 말해, 그림도 글도 알뜰히 여미지 못한다면 좀 어설픈 만화책이 된다. 그림이며 글을 함께 알뜰히 여미도록 갈고닦거나 힘쓰거나 익힌 뒤에라야 만화책을 지을 수 있는 셈이다. 곧, 만화책을 그리는 님이라면 그림님이면서 글님이다. 두 가지를 함께 잘해야 하는데, 두 가지를 잘하기만 해서는 또 만화책이 덜 여문다. 왜 그럴까? 두 가지를 잘한 다음에 또 잘해야 하는 대목이 있으니, 그림하고 글 가운데 어느 하나만 두드러지지 않도록 찬찬히 다스려야 한다. 그림만 앞서지 않고, 글만 앞서지 않으며, 둘이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듯 흐르도록 칸칸을 엮을 줄 알 때에 비로소 ‘만화님(만화 작가)’이란 이름을 얻는다. 만화책을 ‘애들이나 보는 책’쯤으로 친다든지, 열 자락 스무 자락 쉰 자락으로 잇는 기나긴 만화책은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다든지, 이른바 한국에서 만화책을 꾸준히 내는 ‘학산문화사·서울문화사·대원사 만화책은 추천도서 심사에서 처음부터 뺀다’든지, 이런 짓을 한다면 만화라는 밭에서 아무 맛을 못 보리라. 가만 보면 한국에는 만화책을 제대로 읽어서 제대로 느낌글을 쓰거나 알리는 글님(기자나 작가)도 찾아볼 수 없다. 하도 알쏭달쏭한 한국이란 나라인 터라, 아름만화를 뽑아서 하나하나 알리거나 밝히는 글(비평)을 써서 곳곳에 보내기도 하는데, 만화책을 다루는 글(비평)은 다들 싫어하더라. 만화책이 사람들 생각날개를 얼마나 한껏 키우거나 북돋우며서 살리는가 하는 대목을 다들 안 읽거나, 어쩌면 가로막거나 틀어막으려고 하더라. 만화책이란, 생각날개를 그림하고 글로 사이좋게 북돋우면서 스스로 새로운 생각빛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2019.11.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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