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HaHa)
오시키리 렌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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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어머니는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하하 HaHa》

 오시키리 렌스케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5.31.



“부모의 의견과 가지꽃은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고 하잖니?” “어차피 나 같은 가지는 꽃도 안 피워.” …… “나는 아직 18세 꽃다운 소녀. 마음 내키는 대로 살면서 술판을 벌이지. 그거야말로 나다운 인생이야. 벌써부터 어른이 될 걸 걱정하면서 살면 반대로 손해잖아. 어떤 것도 나를 묶어놓을 수는 없어!” (10쪽)



  오늘 이곳에서 바라보는 살림이 매우 팍팍하다 싶은데 어머니는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요? 궁금한 아이는 어머니한테 여쭙니다. 어머니는 새롭게 싱글싱글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럼, 웃을 일이 있는데 웃지, 우니?” 멍하니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이한테 어머니는 몇 마디를 보탭니다.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즐거운 일은 웃으면서 살아야지. 아무리 힘들더라도 스스로 웃어야 즐겁지. 아무리 어렵더라도 웃음으로 풀어서 넘겨야지.”


  아이는 어머니 말을 알아들었을까요? 아이는 어머니 말을 언제쯤 알아듣고서 찬찬히 철이 들 만할까요? 어머니는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어릴 적에 어떤 나날을 보냈을까요?



“타에 언니, 그렇게 심하게 혼내도 괜찮은 거야?” “어머, 노부. 야단 좀 맞았다고 그만둘 것 같으면 이 일 못하지.” “그건 그래.” “엄격하면 엄격할수록 한 사람 몫을 해내는 거야. 그걸 생각하면 야단 좀 맞는 건 별것 아니지.” (30쪽)



  만화책 《하하 HaHa》(오시키리 렌스케/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는 어머니하고 아이 사이에 흐르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오늘은 어머니였으나 어제는 아이였던 삶을, 그리고 어제 아이였던 사람한테 어머니나 아버지였던 분이 더 옛날에는 어떤 아이로 살았으려나 하고 어림해 보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짚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이로서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리에서 ‘우리 어머니는 왜 저 따위야?’라든지 ‘우리 어머니는 늘 저래서 못 이긴다니까!’ 같은 생각이 왜 불거지고 어떻게 풀리는가를 하나하나 보여줍니다.



엄마의 뇌리에는 지금까지 홀대받은 애견들의 원통한 얼굴이 떠올랐고, 그 원한이 쌓이고 쌓여 할아버지에게 대들기 충분한 용기가 갖춰져 있었다. “그만두렴, 노부. 아버지는 딸의 기분도, 개의 기분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66쪽)



  ‘하하’라는 말소리는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똑같이 웃음소리를 나타냅니다. 무척 재미난 말이에요. 어쩌면 세 나라뿐 아니라 온누리 모든 나라에서 ‘하하’는 웃음을 가리키는 말소리이지 않을까요? 사람한테뿐 아니라 새한테도 나무한테도 별한테도 ‘하하’는 즐거운 웃음이요 슬픔을 씻는 웃음이며 아픔을 달래는 웃음이지 않을까요?


  일본에서는 ‘하하(はは)’에 다른 뜻도 깃듭니다. 바로 ‘어머니’예요. 웃음소리이자 어머니를 가리키는 ‘하하’입니다.


  재미나지요. 다른 말소리도 아닌 웃음소리를 가리키는 말하고 어머니를 가리키는 말이 같아요. 어머니라고 하는 자리는, 어머니라고 하는 숨결은, 어머니로 나아가는 길은, 몸뚱이만 크고 나이만 먹는 삶이 아닌, 슬기로우면서 따뜻하고 즐거운 살림이겠구나 싶습니다.



“그거야, 그 감정. 남을 탓하는 감정을 억누르질 못하잖니. ‘개똥같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새들까지 똥을 날리는 거야. 이상한 사람들이 금방 시비를 거는 것도 네가 비슷해 보이니까, 시비 걸고 싶도록 하고 다니기 때문이지. 정신을 맑게 유지해야 해.” (106쪽)



  말 한 마디로 가르칩니다. 몸짓 하나로 보여줍니다. 웃음 하나로 일깨웁니다. 말 두 마디로 같이 배웁니다. 새로운 몸짓으로 나란히 지켜봅니다. 웃음 두 판째로 깨우칩니다.


  낯을 찡그리고 다닌들 나아질 일이 없습니다. 잔뜩 일그러뜨린 얼굴로는 달라질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는 낯이 되면? 글쎄요. 엇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웃는 낯일 적에는? 글쎄요, 아마 다르지 않을까요?


  누가 우리를 괴롭혔다고 한들, 이를 대수로이 여기지 않으면서 웃음으로 흘려보낼 수 있거나 살짝 튕겨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누가 우리를 못살게 굴거나 들볶거나 힘들게 하더라도, 이를 가볍게 여기면서 웃음으로 휙 넘기거나 사뿐히 즈려밟고 지나갈 수 있으면 어떨까요?



“그렇지 않아. 네가 다가가기만 하면, 분명 그쪽도 그렇게 할 거야.” (191쪽)


“싫은 일도 상관없어. 괴로운 일도 덤비라고 해.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그 전부 통틀어서 즐기는 거야. 살아가면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별것도 아니니까.” (216쪽)



  다시 돌아봅니다. 다시 물어봅니다. 어머니는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어떻게 웃음으로 하루하루 살아내고서 오늘 이곳에서 아이한테 웃음 띤 낯으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오늘 이곳에서 아이로 자라는 우리는 앞으로 어떤 어버이(어머니나 아버지)가 되어 활짝활짝 웃음꽃으로 웃음어른이 될 만할까요?


  모두 웃음으로 품을 줄 알기에 웃기면서 사랑스럽습니다. 모두 웃음으로 안는 몸짓이기에 우스우면서 즐겁습니다. 남들이 우리를 비웃을 수 있어요. 남들이 우리를 손가락질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일 뿐, 우리는 그들도 저들도 아니랍니다. 우리는 우리로서 오늘 이곳을 누려요. 우리는 우리답게 오늘 여기에서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고 살림을 사랑으로 가꾸면서 즐겁게 일어섭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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