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웃는 사진 : 한국 사진밭은 참 오래도록 몇 가지 틀에 박힌 채 헤어나려 하지 못한다. 이쪽도 저쪽도 그쪽도 엇비슷하다. 사람을 찍으며 ‘웃는 낯’이 아니면 안 된다고 여겨 버릇한다. 누구보다 신문기자가 이런 데에 너무 매인다. 이러다 보니 어느 사진은 줄줄이 ‘웃는 낯’투성이인데, 또 어느 사진은 줄기차게 ‘우는 낯’투성이가 된다. 삶을 담는 사진이라면, 사람을 담는 사진이라면, 사랑을 담는 사진이라면, 줄줄이 ‘웃는 낯’이나 ‘우는 낯’만 담아서 얼마나 어울릴까? 웃는 사람도 웃다가 가만히 쉬면서 하늘바라기를 하거나 슬프기도 하다. 우는 사람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면서 노래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이 얼굴을 찍어야먼 ‘사람 사진’이 되지는 않는다. 손만 찍어도, 등짐만 찍어도, 등판만 찍어도, 신만 찍어도, 빗만 찍어도 얼마든지 ‘사람 사진’이 된다. 이 나라 사진님 스스로 틀을 깨지 않는다면 이쪽 저쪽으로 갈라 놓고서 밥그릇을 다투는 사진밭이 될 뿐이다. 부디 ‘웃는 사진’을 내려놓기를 빈다. 그리고 ‘우는 사진’도 접어놓기를 빈다. 우리는 웃고 울며 노래하고 고요히 잠자다가 이야기꽃을 터뜨리는 사랑스러운 사람인 줄 살살 바라보면서 고루 담아내는 사진빛이 되기를 빈다. 2015.4.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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