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10.25.
《끄르일로프 우화집》
이반 끄르일로프 글/정막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6.2.7.
이솝이란 분이 쓴 이야기는 ‘이야기’라고도 하고 ‘우화’라고도 한다. ‘寓話’가 뭔가 하고 찾아보니 짐승이나 푸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이른바 숲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로구나 싶다. 어라, 그렇다면 내가 나한테 붙여 준 이름인 ‘숲노래 = 우화’이기도 한 셈인가? 《끄르일로프 우화집》은 러시아 이웃이 옮겨쓴 우화라고 한다. 러시아에서 내려온 이야기에 다른 겨레나 나라 이야기까지 보태었지 싶다. 어디선가 듣거나 읽은 얘기가 많다. 그런데 그동안 듣거나 읽은 얘기하고 좀 다르니, 짐승이나 푸나무 목소리를 빌려서 줄거리를 풀어내기는 하되, 러시아 벼슬아치나 임금 같은 이를 고스란히 빗대었지 싶다. 이러다 보니 막상 ‘숲이 들려준 얘기’라기보다는 ‘엉터리나 엉너리인 사람’ 모습을 이런 짐승이나 저런 풀벌레나 그런 나무한테 섣불리 끼워맞춘 대목이 많다. 뭐, 이렇게 우화를 쓸 수도 있겠지만, 좀 아니지 않나? 나무 목소리를 듣고 쓴 얘기가 아닌, 사람 얘기를 나무한테 뒤집어씌우고, 당나귀 목소리를 듣고 쓴 글이 아닌, 얼간이 같은 사람 모습을 당나귀한테 덮어씌우면 나로서는 재미없다. 굳이 이러지 말고 그들 엉터리 엉너리 얼간이 이름을 낱낱이 드러내어 제대로 정치비평을 하는 길이 나으리라.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