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글쓰는 가시내 : 글쓰는 가시내가 늘면서 온누리가 차츰차츰 거듭난다고 느낀다. 그러나 ‘글만 쓰는’ 가시내가 차츰 늘면서 ‘글만 쓰던’ 사내로 꽉 차던 무렵처럼 좀 갑갑한 모습도 드러난다. 생각해 보라. 글은 가시내가 쓰든 사내가 쓰든 대수롭지 않다. 아이가 써도 되고 어른이 써도 된다. 그런데 여태 이 나라 이 땅에서는 ‘살림도 사랑도 삶도 숲도 멀리한 채, 오직 글만 쓰는’ 사내가 판친 터라 글밭이 엉망이었다고 느낀다. 글을 쓰고 싶다면 ‘글만 써서’는 아니될 노릇이다.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살림을 익힐 길이다. 왜 있잖은가, 성룡이란 사람이 배우로 나와서 찍은 영화 〈취권〉이 잘 말해 준다. 스승이란 이는 성룡한테 무술에 앞서 ‘살림’을 스스로 익히도록 가르쳤다. 이다음으로는 ‘사랑(고요한 평화를 바탕으로 짓는 따스한 마음)’을 스스로 익히도록 가르쳤지. 밥을 짓고 옷을 다듬고 집을 돌보는 길을 익히고서 글을 쓰면 된다. 짝짓기를 넘어, 온누리 숨결을 아낄 줄 아는 사랑이 되고서 글을 쓰면 된다. 스스로 오늘 이곳을 똑바로 보면서 신나게 노래하는 하루를 짓고서 글을 쓰면 된다. 서울에 머물지 않는 몸이 되는, 다시 말해서 스스로 삶터를 숲으로 일구는 길이 되면서 글을 쓰면 된다. ‘글만 쓰는’ 사람이 넘실거리면 제아무리 글쓰는 가시내가 늘더라도 온누리는 거듭나지 못한다. 2019.10.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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