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22.


《커럼포의 왕 로보》

 윌리엄 그릴 글·그림/박중서 옮김, 찰리북, 2016.10.14.



그림책 《커럼포의 왕 로보》를 익산에 있는 〈그림책방 씨앗〉에서 즐겁게 장만했다. 나는 익산을 거쳐 홍성을 지나 서울을 찍고 시흥을 돌았으며, 이제 용인에 와서 길손집에서 묵는다. 비로소 느긋하게 이 그림책을 펴서 읽는데, 아무래도 아리송하다. 설마 ‘어니스트 톰슨 시튼’ 님이 “커럼포의 왕”이라고 글이름을 적었을까? 아닌 듯하다. 책자취를 들춘다. “The Wolves of Currumpaw”이다. 하, 아무렴. 그렇지. 그저 수수하게 “커럼포 늑대(늑대들)”일 뿐이다. 왜 한국말로 옮긴 책은 이런 이름을 붙이지? ‘로보’는 ‘임금(늑대 임금)’이 아니다. 로보는 뭇 늑대 가운데 사람들한테 ‘숲짐승이 어떤 숨결이자 넋’인가를 온몸으로 보여준 슬기로운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우두머리’가 아닌 ‘이슬떨이’로서 ‘바보 사람’이 ‘참한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이끌어 준 벗님이라고 할 만하다고 본다. 생각해 보라. 어린이는 ‘임금(왕)’이 아니다. 어린이를 임금으로 모시거나 섬길 까닭이 없다. 어린이를 엉뚱히 치켜세울 까닭도, 마구 다그치거나 옭아매거나 들볶을 까닭도 없다. 늑대는 늑대다이 숲이며 늘에서 마음껏 달리고 노래하면서 살아가며 사람들 곁에서 ‘숲길’을 가르치는 길잡님일 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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