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책은 바로 ‘숲’이다. 책이란, 숲에서 얻은 ‘씨앗’이지. ‘책’은 ‘숲에서 살던 나무’를 바꾼 숨결이다. 사람인 우리는 왜 책을 엮어서 짓고 읽을까? 우리로서는 나무(책이 된 나무)를 곁에 두면서 이 별이 흘러온 길을 듣고, 그동안 이 별에 온 숱한 이야기를 살핀다. 먼먼 옛날부터 이 별에서 사람이며 벌레이며 새나 짐승이며 저마다 무엇을 했고 무엇을 겪었고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알았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을(읽을)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책도 나쁜 책도 없다. 이 별하고 얽힌 이야기가 남은 책일 뿐이다. 그런데 책으로 삼을 나무가 아니라면, 집을 지을 나무가 아니라면, 연필이나 책걸상이나 공책으로 삼을 나무가 아니라면, 땔감으로 삼을 나무가 아니라면, 나무를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이 별을 슬기롭게 읽어서 사랑스레 가꾸는 마음을 북돋우려는 길에 나무를 쓰지 않고, 그냥 마구잡이로 숲을 밀어내어 아스팔트 시멘트 도시를 키우면, 이들 나무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끔직한 미움을 키워서 거꾸로 사람을 들볶는 숨결이 되곤 한다. 생각해 보라. 석탄이나 석유는 예전에 나무였다. 땅밑에 고이 묻어두지 않고 구태여 이 석탄이나 석유를, 또 가스를, 또 우라늄울, 예전에는 모두 나무였으나 꼴이 바뀐 이 덩어리를 활활 태우는 도시 물질문명이 어떤 길을 걷는가? 나무를 숲으로 건사하거나, 나무한테서 이야기를 들을 책으로 삼는 길이 아니라면, 또 나무를 마음으로 만나고 싶은 뜻으로 나무집을 짓거나 나무걸상을 짜거나 땔나무를 쓰는 살림이 아니라면, 그 모든 과학물질문명은 이 별을 망가뜨린다. 모든 책은 이 별을 살피고 지켜보던 나무이다. 모든 책은 우리 사람한테 남긴 선물이다. 그 때문에 우리가 책을 읽는다. 그 때문에 종이책을 읽지 않고도 마음으로 숲 이야기를 읽는다든지, 나무를 곁에 두고서 마음으로 바로 이야기를 읽기도 한다. 우리가 왜 책을 읽는가? 마음으로 나무하고 숲한테서 곧바로 이야기를 읽을 재주를 스스로 잃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책을 안 읽는가? 이 별에서 살아가는 뜻을 모조리 잊어버렸기 때문이요, 사회나 정치나 교육으로 길든 나머지 쳇바퀴를 돌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어떤 책이든 된다. 그러나 사회·정치·교육이 거짓투성이로 꾸민 책이라면 불태워야 한다. NASA 우주개발이라든지, 의사와 교사와 정치지도자 같은 이들이 쓴, 우리 마음을 길들여서 종(노예)으로 바꿔 놓으려고 하는 책이라면 불태워야 한다. 책 가운데에는, 참으로 우리 숲이 남긴 사랑이야기가 있지만, ‘숲이 들려주었다는 듯이 꾸민 거짓이야기’가 있다. 이런 거짓책은 솎아내거나 가려낼 줄 알아야 하는데, 아직 우리가 스스로 마음눈을 틔우지 않았다면 거짓책에 속아넘어갈 수 있다. 2019.9.2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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