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말 좀 생각합시다 67


 손멋


  손으로 만지면서 헤아리는 느낌이라든지, 손으로 찌르르 오는 느낌이라든지, 손수 차린 밥에서 누리는 맛을 두고 ‘손맛’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요새는 손으로 글을 쓸 적이라든지, 손으로 적은 글월을 받는 느낌이라든지, 손수 짓거나 빚은 선물을 주거나 받을 적에도 ‘손맛’을 쓸 만해요. 남이 해 주는 일을 받지 않고 스스로 어떤 일을 할 적에도 손맛을 누릴 만하지요.


  그러면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손멋’ 말이지요. 밥이나 손 느낌을 손맛이라 한다면, 옷을 짓거나 집을 짓거나 살림을 꾸려서 보기에 좋거나 훌륭한 모습을 이룬다면, 이때에는 ‘손멋’이 드러난다고 할 만합니다.


  멋을 부린다거나 살린다거나 뽐낸다고 합니다. 멋을 차리거나 밝히거나 나눈다고도 합니다. 이런 여러 자리를 ‘손멋’이라 할 수 있어요. 마을을 가꾸는 손멋, 고장이나 고을을 아름답게 가꾸는 손멋, 보금자리를 알뜰살뜰 여미면서 돌보는 손멋, 뜨개질이나 바느질로 옷살림을 하는 손멋, 살림지기로서 살림멋을 이루는 손멋, 여러 가지 손멋이 있어요.


  손맛하고 손멋을 나란히 놓고 보면, 손맛은 어떤 일을 스스로 하면서 즐거운 결을 나타내는 셈이고, 손멋은 어떤 일을 스스로 하면서 둘레에 퍼지거나 이웃하고 나누는 결을 나타내는 셈입니다. 이런 얼거리를 살피면, ‘길맛·길멋’을 놓고는 스스로 길을 다니는 즐거움은 길맛으로, 어떤 길(골목이나 시골이나 마을에 있는 길)을 꾸미거나 가꾼 아름다움은 길멋으로 나타낼 수 있어요.


  손수 글을 쓰면서 즐거울 적에는 글맛으로, 어떤 글에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은 글멋으로 나타낼 만합니다. ‘말맛·말멋’을 쓸 만하고 ‘삶맛·삶멋’을 쓸 만해요. 스스로 책을 읽으며 즐거우면 책맛이 되고, 아름다운 책을 마주할 적에는 책멋을 헤아리겠지요. 내가 여행을 할 적에는 마실맛(여행맛)이라면, 여행을 아름답고 멋지게 다니는 이웃이나 동무를 두고는 마실멋(여행멋)이 남다르다고 말할 만해요. 그저 보면서 즐거우니 눈맛이고, 누구나 보기에 아름다워 눈멋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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