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집에서 살다 (2019.2.3.)

― 전남 순천 〈책방 심다〉 / 061-741-4792

전남 순천시 역전2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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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서 순천마실을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한테 슬쩍 묻기도 합니다. “순천으로 책집마실 같이 가겠니?” 아이들은 가만히 생각하면서 말한다. “으음, 오늘은 안 갈래요. 아버지 혼자 다녀오셔요.”라든지 “음음, 그래요. 같이 가요.” 하고.


  두 아이하고 함께 순천마실을 합니다. 먼저 이모저모 들를 곳에 들릅니다. 고흥에 없는 살림거리를 장만하고서 도시락을 먹고, 느긋하게 걸어서 〈책방 심다〉로 찾아갑니다. 낙안읍성 곁으로 옮긴 〈형설서점〉을 가면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데, 새터로 가는 길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형설서점〉 새터는 폐교에 깃들었기에 골마루도 길고 운동장도 있어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하루를 즐길 수 있어요.


  〈책방 심다〉도 새로 자리잡은 곳은 이모저모 재미있습니다. 2층이 있고, 계단이 있지요. 조그마한 마당이 있고, 알뜰한 전시장도 있어요. 죽 둘러보다가 다리가 아프면 책상맡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책집 한켠에 있는 책걸상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책걸상을 놓는 만큼 책꽂이를 덜어야 하지만, 책꽂이를 덜고서 책걸상을 놓기에 책집이 한결 빛나는구나 싶어요.


  생각해 보면 그래요. 지난날에는 어느 책집이고 굳이 책걸상을 안 놓았습니다. 걸상 하나 없는 책집이 아주 많았어요. 지난날에는 책집에 왜 걸상을 안 놓았을까요? ‘책집에 와서 책을 안 사고, 그냥 읽고 가는 사람’을 줄이려고 걸상을 안 놓았지요.


  그러나 책을 즐기는 사람은 걸상이 없어도 꿋꿋합니다. 선 채로 한나절을 책읽기를 즐길 수 있어요. 책손이란 대단합니다. 마음을 사로잡는 책을 손에 쥐면, 한나절을 꼼짝않고 한곳에 서더라도 다리가 아픈 줄을 몰라요. 아름다운 이야기에 푹 잠기면서 오늘 이곳에 있는 몸을 까맣게 잊습니다. 배고픈 줄도 잊어요.


  《한 달 책방》(김정현, 심다, 2018)은 책집지기로 ‘한 달’을 살아낸 분이 단출하게 적어낸 이야기입니다. ‘고작 한 달을 살고서?’라 물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바로 한 달’을 살아낸 이야기이니, 이렇게 단출하게 묶을 만합니다. 책집지기 한 달 이야기는 한 달을 살아낸 만큼 값있으면서 뜻있어요.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곽재구, 문학동네, 2019)를 고릅니다. 순천을 사랑해 마지않는 목소리를 시집 구석구석에서 느낍니다. 곽재구 님은 순천 텃사람이 아니라지만, 꼭 텃사람이어야 순천사랑을 그려내지 않아요. 사랑할 사람이 그려내는 사랑입니다.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순천 할머니, 남해의봄날, 2019)를 집어듭니다. 순천 할머니 이야기를 통영에 있는 출판사에서 펴냈어요. 재미난 흐름입니다. 두 고장이 책 하나로 만났어요. 할머니는 전라도하고 경상도를 책으로 이었어요. 이러면서 생각합니다. 순천에 듬직한 출판사가 새롭게 서서 순천 할머니하고 할아버지 이야기를 살뜰히 담아낼 수 있어도 좋겠다고.


  《토요일의 기차》(제르마노 쥘로·알베르틴/이주희 옮김, 문학동네, 2013)를 작은아이가 고릅니다. 기차가 흐르는 그림책을 오래오래 들여다봅니다. 네가 푹 빠지는 그림책이라면 장만해야지, 하고서 같이 값을 치릅니다. 기차는 토요일에도 달리고, 월요일에도 수요일에도 달립니다. 어디로든, 꿈을 그리면서, 기쁘게 노래하면서 하늘을 훨훨 날듯이 달립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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