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얼굴 - 수집가 양해남의 한국 영화 포스터 컬렉션
양해남 지음 / 사계절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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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76


《영화의 얼굴》

 양해남

 사계절

 2019.2.25.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예전에는 영화 상영이 끝나면 쓰레기통에 처박히거나 길바닥을 나뒹굴었을 이 흔하디흔한 포스터가 왜 이렇게 모으기 어려워진 걸까? 그 많던 포스터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1960년대 이전은 말할 것도 없고, 1970년대 영화들의 포스터도 현재 남아 있는 것의 대부분은 유일본이다. 못해도 수백 장은 되었을 포스터들 가운데 딱 한 장씩만 남은 것이다. 아마 그 시절엔 누구도 포스터의 가치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먼 훗날 한 시대를 조망할 귀중한 문화 자산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영화를 사랑했던 수많은 제작자, 감독, 배우 그리고 관객들 어느 누구도 포스터를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을 만큼 신산했던 우리네 지난날이 서글프기도 하다. (7쪽)


현재 내가 소장하고 있는 1950∼59년까지의 한국 영화 포스터는 정확히 146장이며, 대부분 유일본이다. 이 시기의 포스터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비슷한 스타일을 보이는데, 이를 통해 포스터 디자이너의 수가 적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는 화폐나 우표를 디자인하던 이들과 마찬가지로 ‘도안사’라고 불렸다 … 당시 활동한 도안사들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는 당시 한국 영화계가 포스터 도안사를 정규 영화인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3쪽)



  시골에서 살다 보니 극장에 갈 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시골에는 극장이 없거든요. 시골에서 살며 책집에 갈 일도 없습니다. 왜 그런고 하니 시골에 책집이 없답니다. 시골에서 극장에 가자면 너무 까마득하기에 엄두를 안 냅니다. 그나마 가까운 도시로 책집마실은 다녀올 수 있습니다.


  극장 하나 없으니 시골살이는 심심할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극장 아닌 곳에서도 갖가지 이야기가 흐르는 시골이에요. 풀밭에 엎드리면 개미를 비롯한 갖은 풀벌레가 바지런히 돌아다녀요. 먹이를 물어나르느라 부산하기도 하지만, 그저 놀거나 헤매는 풀벌레가 꽤 많습니다.


  나무에 앉는 새를 바라보고, 흐르는 구름을 쳐다봅니다. 밭자락에 낫이나 호미를 대고, 마당에 앉아서 숨을 고릅니다. 이 모든 하루는 날마다 새삼스럽기에, 오직 하나 있는 영화구경을 시골집에서 누린다고 하겠습니다.


  《영화의 얼굴》(양해남, 사계절, 2019)은 영화사랑으로 오랜 나날을 걸어온 분이 그러모은 ‘영화 포스터’ 이야기입니다. 어쩜 이렇게 알뜰한 손길로 영화 포스터를 건사하셨나 싶어 대단합니다만, 한국에서 영화 포스터뿐 아니라 영화하고 얽힌 여러 가지를 제대로 건사하는 살림이 없었다고 해요.


  그런데 영화뿐이겠습니까. 한국에서 책하고 얽혀 이런 자료나 저런 살림을 제대로 건사하는 곳이 있을까요? 커다란 출판사에서 선보인 베스트셀러하고 얽힌 자료뿐 아니라, 작은 출판사에서 야무지게 내놓은 뜻있는 책하고 얽힌 자료를 푼푼이 건사하는 데가 있을는지요? 책살피 하나 제대로 품는 도서관이란 없겠지요. 책싸개 하나가 책을 말하는 살뜰한 살림이 되리라 여기는 책마을 일꾼은 얼마나 될까요.


  두툼하고 묵직한 책은 그저 한 사람 손길로만 태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옹글게 영화 포스터를 그러모은 벗님이 있고, 해묵은 영화 포스터를 용케 간직하다가 건네준 벗님이 있으며, 이를 찬찬히 어루만져서 책으로 새롭게 묶은 벗님이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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