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6.22.


《흰눈》

 공광규 글·주리 그림, 바우솔, 2016.5.9.



벌교에서 다섯 푸름이가 찾아왔다. 다섯 푸름이는 다섯 가지 눈길하고 생각으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서울 같은 큰도시’가 아니라 ‘벌교 같은 시골마을’에서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는 길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본단다. 이렇게 생각이 이쁜 푸름이가 있으니 벌교(보성)라는 고장에는 앞으로 새롭게 일어날 빛이 있겠지. 고흥 같은 고장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막삽질이 아닌 예부터 물려주고 물려받은 숲을 사랑하는 배움길이나 행정이 없다면, 그런 고장은 앞으로 이 땅에서 사라져도 좋으리라. 《흰눈》을 읽었다. 동시를 담은 그림책인데, 나오기로도 봄날 나왔고, 이 그림책을 순천에 있는 마을책집 ‘심다’에서 만난 때도 봄이었다. 봄에 읽은 그림책을 여름에 새삼스레 헤아린다. ‘흰눈’이라서 더더욱. 그러고 보면 한겨울에는 봄을 그리는 이야기를 마음에 담곤 한다. 봄여름에는 외려 흰눈처럼 차가운 바람을 마음에 얹곤 한다. 지난해에 덖은 쑥차를 끓였다. 한 해를 묵었어도 깊다. 어쩌면 한 해를 묵었기에 깊을까. 덖은 잎은 몇 해쯤 건사하면서 ‘풀에 깃든 햇볕하고 바람하고 흙하고 풀벌레 노래’를 누릴 수 있으려나. 흰구름이 멋스러운 여름 하루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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