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6.16.


《연남천 풀다발》

 전소영 글·그림, 달그림, 2018.4.23.



풀잎이 얼마나 고운지 안다면 꽃다발이 아닌 풀다발을 엮으면서 해사하게 웃는다. 풀잎이 더없이 알뜰한지 알기에 싸리비에 억새비에 갈대비를 엮어 먼지를 쓸고 마당을 쓸었다. 큰아이가 풀다발을 엮어서 논다. 작은아이는 누나더러 저한테도 풀다발을 엮어 달라고 바란다. 아이들이 엮은 풀다발에는 갖은 풀잎이 나란히 있다. 풀밭이란 참 상냥하지. 온갖 풀이 뿌리를 얽고, 갖은 풀이 햇볕을 나누어서 쬔다. 봄풀하고 여름풀이 다른데, 봄에서도 삼월풀 사월풀 오월풀이 다르다. 달하고 철마다 다른 풀이 솟으며 저마다 알맞게 꽃을 피우고 시들어서 흙으로 돌아간다. 《연남천 풀다발》은 꽃다발 아닌 풀다발을 그리니 새삼스럽다. 풀다발을 가만히 바라본다면 똑같은 풀빛이 하나도 없는 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한 가지 풀이라 해도 다 다른 풀빛이다. 숱한 풀이 숱한 풀빛으로 노래한다. 풀밭은 풀무지개라고 할까. 풀밭은 풀빛잔치라고 할까. 풀이 있기에 흙이 살아서 숨쉰다. 풀이 있기에 풀벌레뿐 아니라 사람도 이 땅에서 발을 디디고 살 수 있다. 풀이 없는 땅은 어떻게 될까? 모래벌판이 되지. 이른바 ‘사막’이다. 밭에서 풀을 다 없애면 그야말로 ‘사막밭’이 되는 셈인데, 우리는 오늘날 이렇게 치닫는 길을 언제쯤 멈추려나.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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