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5.24.


《정말》

 이정록 글, 창비, 2010.3.25.



큰아이도 아버지처럼 고무신(그렇지만 요새는 고무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찍어내니 ‘고무신’ 아닌 ‘플신’이라 해야 맞다)을 꿰고 싶다지만, 정작 고무로 댄 신을 주었더니 뒷꿈치가 아프다며 못 신었다. 참으로 그렇지. 옛 고무신은 그래. 그래서 요즘 다들 ‘고무신처럼 생긴 플신’을 꿰지. 이제 큰아이가 발이 꽤 커 240이다. 고무신도 플신도 240부터 나오니 비로소 한 켤레 장만하려고 읍내에 가려는데, 큰아이는 집에서 그림놀이를 하겠다네. 작은아이하고 둘이 우체국을 들르고 저잣길을 걷고 가게를 들러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빠듯하다. 여러 볼일을 보자니 두 시간으로는 모자라네. 그래도 이 틈에 시골버스에서 동시를 두 자락 쓰고, 넉줄시를 열다섯 자락 썼으며, 시집 《정말》도 다 읽었다. 틈틈이 작은아이하고 ‘우리 스스로 살림을 배우는 길’을 놓고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어느 모로 본다면 1초조차 허투루 흘릴 겨를이 없던 하루요, 집으로 돌아와서도 이래저래 바삐 보내다가 저녁에 까무룩 쓰러진다. 《정말》을 읽고 보면, 또 시집풀이를 살피면, 시쓴님은 술을 참 좋아하나 보다. 아무튼 어머니한테서 귀동냥으로 물려받은 즐거운 살림살이가 시로 태어났으니, 이제 시쓴님 나름대로 새삶길을 지어 찬찬히 펴면 더 좋겠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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