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5.14.


《박쥐통신 1》

 한일박쥐클럽 엮고 펴냄, 2018.10.



박쥐를 이야기하는 책이기에 선뜻 장만한다. 더구나 한국하고 일본 두 나라 ‘박쥐 사랑이’가 뜻을 모아서 두 나라 말로 나란히 펴냈다고 하네. 차곡차곡 접은 책이니, 찬찬히 풀어서 큼지막하게 본다. 차츰 삶터를 사람한테 빼앗기는 박쥐는 더 조용하고 더 깨끗하고 더 푸르며 더 아름답기에 더 깊은 멧골로 숨어들리라. 사람들은 막삽질을 멈출 생각을 안 하면서 자꾸자꾸 조용한 곳을 파헤치고 깨끗한 곳을 무너뜨리며 푸른 곳을 더럽히고 아름다운 곳을 어지럽힌다. 가만히 돌아본다. 박쥐가 느긋하게 살아갈 만한 터전일 적에 사람도 어깨동무하면서 기쁘게 어우러질 만한 터전이지 않을까? 박쥐가 살아가기 어려운 터전이라면 사람도 사람다운 맑은 숨결로 얼크러지기는 어려운 터전이지 않을까? 그저 박쥐만 아끼거나 돌보자는 얘기가 아니다. 사람 곁에는 참새도 박쥐도 매도 늑대도 있을 노릇이다. 사람 곁에는 두루미도 고라니도 여우도 오소리도 두더지도 있을 노릇이다. 사람 곁에는 잣나무도 소나무도 참나무도 후박나무도 멀구슬나무도 비자나무도 있을 노릇이다. 찻길은 그만 넓혀도 좋다. 고속도로는 외려 줄여도 좋다. 이제부터 무엇을 늘리고 가꾸고 돌보아야 하는가를 제대로 살펴야지 싶다. 파헤칠수록 파묻히고 만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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