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5.13.


《도토리는 왜?》

 고야 스스무 글·가타야마 켄 그림/김지연 옮김, 책과콩나무, 2015.3.10.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우리 책숲 들딸기밭을 누빈다. 날마다 찾아와도 날마다 한 그릇 넉넉히 들딸기를 얻는다. 그런데 요 며칠 얻는 들딸기보다 앞으로 얻을 들딸기가 훨씬 푸짐하리라 느낀다. 그나저나 날마다 이렇게 훑어서 먹으면 들딸기잼을 할 수 있으려나. 그림책 《도토리는 왜?》를 꽤 오랫동안 집에 두고서 보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숲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다. 숲은 그저 숲이다. 숲은 딱히 가리거나 괴롭히지 않는다. 다만 말없는 말로 가만히 속삭인다. 우리더러 어떤 길을 앞으로 가려 하느냐고 넌지시 묻는다. 오늘날에야 기계를 써서 논밭에서 낟알 하나 열매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훑는다지만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예전에는 기계 아닌 낫을 쓰면서 논밭에 이삭을 남겼고, 땅에 돌려줄 것이나 숲짐승이나 새가 누릴 것을 두었다. 참새를 왜 참새라 했겠는가. 귀찮은 새라면 ‘참새’ 아닌 ‘막새’ 같은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봄하고 여름하고 첫가을까지 풀벌레를 신나게 잡아먹은 참새가 고마워서 겨우내 얼어죽지 않도록 논에 이삭을 제법 남긴 옛사람 슬기롭고 넉넉한 살림이 아니었을까? 옛사람은 숲에서 열매를 주울 적에도 다 가져가지 않았다. 이러한 줄거리를 그림책 하나가 가만히 들려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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