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로 풀지 말고 한국말로 짓자
[오락가락 국어사전 46] ‘오늘’을 사는 ‘이때’에
영어 ‘에티켓’이나 한자말 ‘요리·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좋을까요? 이런 말은 그대로 쓰는 길이 나을까요? 사전풀이를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실마리는 안 잡힙니다. 이때에는 우리 스스로 생각을 바꾸어야지 싶어요. 살면서 늘 마주하는 모습이라 따로 낱말 하나로 여미지 않은 모습이나 몸짓이었으면, 이제 이 삶을 찬찬히 헤아리면서 우리 나름대로 새롭게 낱말을 지을 만합니다. ‘바른차림·차림멋’이라든지 ‘밥하다·밥짓다’ 같은 낱말을 넉넉히 쓸 수 있습니다.
에티켓(<프>etiquette) : 사교상의 마음가짐이나 몸가짐. ‘예의’, ‘예절’, ‘품위’로 순화
예의(禮義) : 사람이 지켜야 할 예절과 의리
예절(禮節) : 예의에 관한 모든 절차나 질서 ≒ 예법·의절(儀節)
품위(品位) : 1. 직품(職品)과 직위를 아울러 이르는 말 2.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 3. 사물이 지닌 고상하고 격이 높은 인상 4. 금화나 은화가 함유하고 있는 금·은의 비례 5. 광석 안에 들어 있는 금속의 정도. 특히 다이아몬드의 품질을 나타내는 등급이다 6. 어떤 물품의 질적 수준
프랑스말이라는 ‘에티켓’을 ‘예의·예절·품위’로 고쳐쓰라 하지만, ‘예의·예절’은 돌림풀이가 될 뿐입니다. 여러 한자말로 빙빙 돌리기보다는 새롭게 쓸 낱말을 스스로 기쁘게 짓는 길이 훨씬 나아 보입니다. 이를테면 ‘바른차림·차림새’라든지 ‘차림멋·차림꽃’ 같은 낱말을 쓰도록 이끌 만합니다. ‘품위’라면 ‘갖춤새·갖춤멋’ 즈음 되겠구나 싶습니다.
현대(現代) : 1. 지금의 시대 2. [역사] 역사학의 시대 구분 가운데 사상(思想)이나 그 밖의 것이 현재와 같다고 생각되는 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기
지금(只今) : 말하는 바로 이때
이때 : 바로 지금의 때. 또는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시간상의 어떤 점이나 부분
오늘날 : 지금의 시대 ≒ 오늘
오늘 : 1.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날 ≒ 금일(今日)·당일 2. = 오늘날 3.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날에
우리는 으레 ‘현대’나 ‘지금’ 같은 한자말을 씁니다만 ‘현대’는 “→ 오늘. 오늘날”일 뿐입니다. ‘지금’은 “→ 이때. 이제”이고요. “현대 문학”이란 “오늘 문학”입니다. “현대 소설”은 “오늘 소설”이고, “현대사”란 “오늘 자취”예요.
올해 :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해 ≒ 금년·금세·금자·당·당년·당세·본년·올·차년·차세
금년(今年) :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해 = 올해
오늘부터 맞이하는 해라면 ‘올해’입니다. 그런데 사전에 비슷한말이라며 갖은 한자말을 잔뜩 덧붙입니다. 이런 한자말은 몽땅 털어낼 노릇입니다. ‘금년’도 털어내거나 “→ 올해”로 다뤄야지요.
생선(生鮮) : 먹기 위해 잡은 신선한 물고기 ≒ 생어·선어·어선
물고기 : [동물] 어류의 척추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 고기
한자말 ‘생선’은 “→ 물고기“로 다루면 그만입니다. 사전에 붙은 다른 한자말 ‘생어·선어·어선’은 털어낼 만해요. 이러면서 ‘물고기’ 뜻풀이를 두 갈래로 나누어서 알맞게 다루어야겠습니다.
물깊이 : x
수심(水深) : 강이나 바다, 호수 따위의 물의 깊이
수심(愁心) : 매우 근심함. 또는 그런 마음 ≒ 수의(愁意)
물이 얼마나 깊은가를 따지는 자리라면 ‘물깊이’라 하면 되는데, 막상 이 낱말이 사전에 없습니다. ‘수심(水深)’은 “→ 물깊이”로 다루어야지 싶어요. 소리가 같은 한자말 ‘수심(愁心)’은 “→ 근심. 걱정”으로 다루거나 털어낼 노릇입니다.
아름드리나무 : 둘레가 한 아름이 넘는 큰 나무 ≒ 공목
공목(拱木) : 둘레가 한 아름이 넘는 큰 나무 = 아름드리나무
아름드리인 나무이니 ‘아름드리나무’입니다. 이를 굳이 한자말로 옮겨야 할까요? ‘공목’은 사전에서 털어낼 노릇입니다.
부지(敷地) : 건물을 세우거나 도로를 만들기 위하여 마련한 땅. ‘대지’, ‘터’로 순화
대지(垈地) : 집터로서의 땅 ≒ 대(垈)
터 : 1. 집이나 건물을 지었거나 지을 자리 2. 집이나 밭 따위가 없는 비어 있는 땅 = 공터 3. 활동의 토대나 일이 이루어지는 밑바탕 4. ‘자리’나 ‘장소’의 뜻을 나타내는 말
‘부지·대지’는 “→ 터. 집터. 자리”로 다루면 됩니다. 또는 사전에서 털어낼 수 있겠지요. 쉽게 알아보며 쓸 만한 말이 있으니, ‘터’나 ‘집터’ 같은 낱말을 알맞게 쓰도록 이끌 노릇입니다. 때로는 ‘자리’나 ‘집자리’를 쓸 수 있을 테지요. ‘터’ 뜻풀이는 더 보태면서 손질해야겠고요.
마음껏 : 마음에 흡족하도록
마음대로 : 하고 싶은 대로
자유자재(自由自在) : 거침없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음 ≒ 무궁자재
‘자유자재’는 “→ 마음대로. 마음껏”으로 다루거나 털어낼 만합니다. 그런데 ‘마음껏’ 뜻풀이를 ‘흡족’으로 달면 엉성합니다. “마음껏 : 마음에 차도록. 마음에 다 들도록”쯤으로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의존하다(依存-) : 다른 것에 의지하여 존재하다
의지하다(依支-) : 1. 다른 것에 몸을 기대다 2. 다른 것에 마음을 기대어 도움을 받다
기대다 : 1. 몸이나 물건을 무엇에 의지하면서 비스듬히 대다 2. 남의 힘에 의지하다
‘의존하다 → 의지하다 → 기대다 → 의지하다’로 돌고 도는 사전풀이입니다. 매우 엉성합니다. 처음부터 ‘의지하다·의존하다’는 “→ 기대다”로 다룰 노릇이에요. ‘기대다’ 뜻풀이는 알맞게 손질해야겠습니다.
밥하다 : 밥을 짓다
밥짓다 : x
요리(料理) : 1. 여러 조리 과정을 거쳐 음식을 만듦. 또는 그 음식. 주로 가열한 것을 이른다 2. 어떤 대상을 능숙하게 처리함을 속되게 이르는 말
조리(調理) : 1. 건강이 회복되도록 몸을 보살피고 병을 다스림 ≒ 조섭(調攝)·조양(調養)·조장(調將)·조치(調治) 2. 요리를 만듦. 또는 그 방법이나 과정
사람들은 날마다 밥을 하거나 지어서 먹는데, 정작 여태까지 ‘밥하다’나 ‘밥짓다’가 사전에 올림말로 없습니다. 썩 맞갖지 않은 얼개예요. ‘요리·조리’ 같은 한자말은 “→ 밥하다. 밥짓다”로 다루면 됩니다. 더구나 사전은 “음식을 만듦”이나 “요리를 만듦”처럼 풀이말을 달아 놓는데, 밥은 ‘만들’지 않아요. 밥은 ‘하다·짓다’ 두 낱말로 나타냅니다. 사전 풀이말도 옳게 가다듬어야지요. 그나저나 “조리 = 요리를 만듦”이고, “요리 = 조리 과정 거쳐 음식을 만듦”처럼 돌림풀이를 해버리면, 낱말뜻을 어떻게 짚을 만할까요? 모름지기 첫끈부터 잘못 꿴 탓에 이런 돌림풀이가 불거졌고, 한국말을 슬기롭게 다루도록 이끄는 빛이 없는 탓에 사람들 말씨도 엉클어지기 마련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