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씁니다 ― 37. 글



  글을 늘 쓰면서 막상 ‘글’이란 낱말을 풀이하지 않았더군요. 예전에 다 했다고 여겨 잊고 지냈다고 깨닫습니다. 여러 곳에서 ‘글’ 이야기를 했으니 곳곳에서 새롭게 뜻풀이를 했으리라 여기기도 했습니다. 여느 사전에 아직 못 담긴 ‘글’ 쓰임새를 비롯해서, 오늘 우리가 새롭게 바라보는 ‘글’을 아우르면서 뜻풀이를 차근차근 새로 붙입니다. 이러고 나서 어린이가 글을 즐거우면서 재미있고 뜻깊은 눈길로 바라보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동시를 씁니다. 이야기를 알기 쉬운 그림으로 담아서 글이라고, 사랑을 마음에 생각으로 심어서 글이라고, 우리가 삶을 지으며 나아가는 길이 글이라고, 언제나 신나게 노래가 되는 글이라고, 하는 여러 뜻을 열여섯 줄에 적습니다. 쓰고, 적고, 그리고, 적바림합니다. 담고, 싣고, 얹고, 품습니다. 누구보다 우리 아이들이 글꽃을 받아먹고, 꽃글을 피우고, 살림꽃을 가꾸고, 숲살림을 이루는 길에서 하늘을 보듬는 숨결을 헤아리기를 빕니다. 그리고 제가 걷는 걸음마다 사뿐사뿐 드리우는 노랫가락이 입에서 손에서 살살 피어나기를 빕니다. 씨앗을 심는 손으로 글을 쓰고, 나무를 돌보는 손으로 글을 여미며, 바람을 안는 손으로 글을 짓는다면, 어디에서나 해맑게 잔치판이 벌어지겠지요. 글에서 익히는 삶이 아니라, 삶을 익히기에 기쁘게 글로 옮길 줄 아는 슬기로운 아이들이 자랍니다. ㅅㄴㄹ




한 줄 써도 노래

두 줄 적어도 노래

석 줄 그려도 노래

닷 줄 적바림해도 노래


또박또박 글씨를 쓰고

똑똑히 글월을 적고

또렷이 글발을 그리고

오롯이 글자락 적바림하지


마음에 담아서 가꾸는

고요하며 환한 씨앗 같은

생각을 우리 눈으로 보며

같이 나누려는 글이야


말을 담은 그림이지

노래를 실은 무늬이지

꿈을 얹은 사랑이지

뜻을 품은 길이지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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