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페미니스트 - 식민지 일상에 맞선 여성들의 이야기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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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70


《조선의 페미니스트》

 이임하

 철수와영희

 2019.3.8.



(유영준은) 신여성 혐오는 남성 우월주의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하면서 ‘돈만 있으면 결혼한다’는 남성 지식인의 단정과 달리 신여성은 ‘사랑’하지 않는데 금전만으로 배우자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49쪽)


정종명은 서대문형무소에서 4년, 박홍제는 김천 소년형무소에서 2년 6개월 복역했다. 그런데 정종명이 수감된 서대문형무소는 그녀의 어머니 박정선이 복역했던 곳이다. (78쪽)


정종명은 강연 도중 3·1운동을 언급해서, 시간이 없어서, 불온해서, 까닭 없이, 시국 관계를 말했다 해서 종종 중지당했다. (86쪽)


정칠성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진실한 애정도 상품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연애 고민은 남녀 간의 사회적 지위가 균등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39쪽)



  이 나라에 어떤 물결이 흐르는가 하고 돌아보면, 어깨동무라는 물결이 한켠에서 흐르고, 등돌림이나 따돌림이라는 물결이 다른 한켠에서 흐릅니다. 손을 기꺼이 내밀면서 돕거나 돌보려는 물결이 있고, 손을 내친다거나 주먹을 쥐어 휘두르는 물결이 나란히 있어요.


  서로 아끼면서 어깨동무할 적에는 따로 평등이나 평화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즐겁고 사랑스럽습니다. 손을 내치거나 주먹을 쥐어 휘두를 적에는 어떤 이름을 갖다 붙여도 겉치레요 눈가림이기 일쑤입니다.


  우리는 어떤 길을 걸으면 좋을까요. 우리는 어떤 길을 서로 이야기하거나 가르치고 배우면 즐거울까요. 우리는 서로 어떤 사이로 지낼 적에 활짝 웃는 잔치판을 벌일 만할까요.


  《조선의 페미니스트》(이임하, 철수와영희, 2019)를 읽습니다. 유교 가부장이란 틀이 단단하던 조선이 무너진 뒤에 일제강점기가 들어섰어요. 이무렵 새로운 길을 열면서 참누리를 짓자는 뜻을 편 여러 사람이 있어요. 이들은 사내일 수 있고 가시내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역사나 학문이나 지식에서는 으레 사내 목소리만 높았습니다. 가시내는 곁다리가 되거나 뒷전이었어요. 이 책은 이제껏 곁다리나 뒷전이던 가시내 목소리하고 이야기를 차근차근 돌아봅니다.


  유영준·정종명·정칠성·고명자·허균·박진홍·이순금, 이렇게 일곱 사람이 일곱 가지 걸음으로 다르면서 똑같이 나아가려고 한 길을 짚습니다. 혼자 가는 길이 아닌 같이 걸어가는 길을, 억눌리거나 억누르는 사람이 없이 어깨동무하는 길을, 울타리에 가두지 않는 길을, 모두 날갯짓으로 홀가분한 길을 밝히려는 일곱 걸음을 들려줍니다.


  지난 일곱 걸음은 앞선이가 있었기에 내디딜 수 있습니다. 그 앞선이한테는 수수하며 이름 안 난 앞선이가 있었기에 한 발짝씩 떼었을 테고, 그 앞에서도 모두 매한가지였으리라 느껴요. 오늘 우리도 지난날 숱한 가시밭길을 헤친 앞선이가 있기에 새걸음을 내딛는다고 느낍니다. 이 새걸음이 앞으로 더욱 힘찬 물결이 되도록 서로 손을 잡을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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