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적을까

[오락가락 국어사전 35] ‘잔돈’하고 ‘우수리’ 사이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뜻밖에 한국말 아닌 한자말을 매우 높이는 모습이 끝없이 나옵니다. 한국말사전은 한국말사전인데 왜 이런 모습일까요? 아무래도 지난날 한문책에서 올림말이나 보기글을 살피느라고 이런 모습이 되었구나 싶은데, 이제는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다루는 사전으로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자리에 맞게 쓰도록 여러 말을 알려주고, 쓰임새를 넓히는 길도 하나하나 보여주어야지 싶어요.



잔돈 : 1. 단위가 작은 돈 ≒ 산전(散錢) 2. = 잔돈푼

잔돈푼 : 1. 얼마 안 되는 돈 ≒ 잔돈 2. 자질구레하게 쓰는 돈

잔돈(殘-) : 1. = 잔금(殘金) 2. = 거스름돈

잔금(殘金) : 1. 쓰고 남은 돈 ≒ 여재문·여전(餘錢)·잔돈 2. 못다 갚고 남은 돈 3. 집이나 토지 따위를 매각한 값을 여러 번 나누어 치르는 일에서 마지막으로 치르는 돈

여전(餘錢) : = 잔금(殘金)

거스름돈 : 거슬러 주거나 받는 돈 ≒ 거스름·잔돈

남은돈 : x

나머지돈 : x

나머지 : 1. 어떤 한도에 차고 남은 부분 ≒ 서여(緖餘)·여분(餘分)·여영(餘?)·영여(?餘)·잔(殘) 2. 어떤 일을 하다가 마치지 못한 부분 3. 어떤 일의 결과 4. [수학] 나누어 똑 떨어지지 아니하고 남는 수

우수리 : 1. 물건값을 제하고 거슬러 받는 잔돈 ≒ 우수 2. 일정한 수나 수량에 차고 남는 수나 수량



  크기가 작은 돈일 적에는 ‘잔돈’이라고 한답니다. 한자 ‘殘’을 붙인 ‘잔돈’은 ‘거스름돈’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때에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소리는 같으나 한자를 쓰느냐 안 쓰느냐로 ‘잔돈·殘돈’을 갈라야 할까요? ‘잔돈(작은 돈)·거스름돈’으로 갈라서 쓰면 되지 않을까요? 더 헤아리면, ‘잔돈’에 셋째 뜻을 붙여서 거스름으로 받는 돈을 가리키도록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나머지돈’이나 ‘남은돈’ 같은 말을 쓸 수 있고, ‘우수리’라는 낱말도 있어요. ‘잔돈(殘-)·잔금(殘金)’은 “→ 거스름돈. 우수리. 나머지. 나머지돈”으로 다루고, ‘여전’은 사전에서 털어내 줍니다. 이밖에 사전에서 ‘나머지’를 찾으면 비슷한말이라며 온갖 한자말을 달아 놓는데, 이 한자말도 모두 털어내 줍니다.



좌측(左側) : = 왼쪽

우측(右側) : = 오른쪽

왼쪽 : 북쪽을 향하였을 때의 서쪽과 같은 쪽 ≒ 왼편·좌(左)·좌면(左面)·좌방(左方)·좌측(左側)·좌편(左便)

오른쪽 : 북쪽을 향하였을 때의 동쪽과 같은 쪽 ≒ 바른쪽·바른편·오른편·우(右)·우면(右面)·우방(右方)·우측(右側)·우편(右便)



  사전에서 ‘왼쪽·오른쪽’을 찾아보면 비슷한말이라며 온갖 한자말을 붙입니다만, 이런 한자말을 꼭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왼쪽·오른쪽’하고 ‘왼켠·오른켠’을 써도 넉넉합니다. ‘왼자리·오른자리’나 ‘왼길·오른길’을 써도 되어요.



사이드미러(side mirror) : [교통] 자동차 따위에서, 차체(車體)의 앞쪽 옆면에 다는 거울

side mirror : = sideview mirror

sideview mirror :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 옆얼굴을 보기 위한 거울([영] wing mirror)

옆거울 : x

앞거울 : x

뒷거울 : 뒤쪽을 볼 수 있게 만든 거울



  옆에 다는 거울이라면 어떤 이름을 붙여야 어울릴까요? ‘사이드미러’라 해야 할까요, 아니면 ‘옆거울’이라 해야 할까요? 사전을 보면 ‘옆거울’하고 ‘앞거울’이 없습니다. 그래도 ‘뒷거울’은 올림말로 있는데, 앞으로 이 대목을 제대로 짚어서 가다듬어야겠습니다.



문어(文語) : [언어] 1. 일상적인 대화에서 쓰는 말이 아닌, 주로 글에서 쓰는 말  ≒ 글말 2. = 문자 언어

문자언어(文字言語) : [언어] 문자로 나타낸 말. 음성 언어에 상대하여 말을 글자로 적은 것을 이른다 ≒ 글말·문어·문장어·서기 언어·서사어·소기 언어

글말 : [언어] 1. = 문어 2. = 문자 언어



  사전은 ‘문어’에 뜻풀이를 붙이고 ‘글말’에는 뜻풀이가 없습니다. ‘문자언어’란 한자말에는 여러 비슷한말을 한자말로 덧붙이기도 합니다. 이런 얼거리를 찬찬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글로 담아낸 말은 ‘글말’이라 하면 되고, 이 낱말을 잘 살려서 쓰도록 뜻풀이를 차근차근 짚어 주면 되어요.



연유(緣由) : = 사유(事由)

사유(事由) : 일의 까닭 ≒ 연고(緣故)·연유(緣由)·정유(情由)

연유하다(緣由-) : 어떤 일이 거기에서 비롯되다

까닭 :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 ≒ 소이(所以)

비롯하다 : 1. 어떤 사물이 처음 생기거나 시작하다 2. 처음 시작하다 3. 여럿 가운데서 앞의 것을 첫째로 삼아 그것을 중심으로 다른 것도 포함하다



  한자말 ‘연유 = 사유’로, ‘사유 = 까닭’으로 풀이하며, ‘연유하다 = 비롯하다’로 풀이합니다. 이런 얼거리를 살핀다면 ‘연유·사유’는 처음부터 “→ 까닭”으로 다룰 만합니다. 그런데 ‘까닭’에 붙인 ‘소이’란 비슷한말은 털어낼 만하고, ‘비롯하다’를 풀이한 “처음 시작하다”는 겹말이니, 이 풀이말은 바로잡아 줍니다.



리셋(reset) : [컴퓨터] 1.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구 전체나 일부를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일 ≒ 소거(消去) 2. 기억 장치나 계수기, 레지스터 따위를 영(零)의 상태로 되돌리는 일 ≒ 지우기

지우기 : [컴퓨터] = 리셋

소거(消去) : 1. 글자나 그림 따위가 지워짐. 또는 그것을 지워 없앰 2. [수학] 둘 이상의 미지수를 가진 방정식에서 특정한 미지수를 없앰. 또는 그런 일 3. [심리] 조건 반사에 강화가 더 이상 주어지지 아니할 때 그 반응이 나타나지 아니하게 되는 일 4. [컴퓨터] = 리셋



  셈틀하고 얽힌 낱말은 처음에 영어로 들어왔을 테지만, 하나하나 한국말로 옮기거나 담아냅니다. 이러한 흐름을 살펴서 ‘리셋’은 “→ 지우기”로 다루면 좋겠습니다. ‘소거’도 “→ 지우기”로 다루면 되겠지요.



전부(全部) : 1. 어떤 대상을 이루는 낱낱을 모두 합친 것 2.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가 다

모든 : 빠짐이나 남김이 없이 전부의

전체(全體) : 개개 또는 부분의 집합으로 구성된 것을 몰아서 하나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에 바로 그 대상

모두 : [이름씨] 일정한 수효나 양을 기준으로 하여 빠짐이나 넘침이 없는 전체 [어찌씨] 일정한 수효나 양을 빠짐없이 다

다 : [어찌씨] 1. 남거나 빠진 것이 없이 모두



  ‘전부’를 “전체가 다”로, ‘전체’는 ‘모두’로, ‘모두’는 다시 ‘전체’로, ‘다’는 ”빠진 것이 없이 모두”로, ‘모두’는 ‘다’로도, ‘모든’은 ‘전부의’로 풀이하는 사전입니다. 참 엉성합니다. 이 같은 사전을 읽다가는 아무것도 알 수 없겠지요. ‘모든·모두·다’를 제대로 풀이해야겠고, ‘전부·전체’는 “→ 모두. 모든. 다”로 다루면 됩니다.



악화(惡化) : 1. 일의 형세가 나쁜 쪽으로 바뀜 2. 병의 증세가 나빠짐

나빠지다 : 나쁘게 되다



  ‘나빠지다’를 ‘악화’라 한다면, ‘악화’는 “→ 나빠지다”로 다루면 됩니다.



스프링(spring) : = 용수철

용수철(龍鬚鐵) : 늘고 주는 탄력이 있는 나선형으로 된 쇠줄 ≒ 스프링·출렁쇠

출렁쇠 : = 용수철



  ‘스프링 = 용수철’이고, 한국말로 ‘출렁쇠’가 있다고 해요. 그런데 사전은 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구나 싶습니다. 출렁거리는 쇠줄이라는 뜻에서 ‘출렁쇠’라 하니, 이를 잘 밝히는 풀이말을 붙이고, ‘스프링·용수철’을 “→ 출렁쇠”로 다루어 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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