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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정원 - 겨울에 아름다운 정원이 사계절 아름답다
김장훈 지음 / 가지출판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숲책 읽기 150
《겨울정원》
김장훈
가지
2017.12.20.
안타까운 것은 ‘죽어 있는 숲’이라는 표현이 비단 이날 하루의 모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우리나라 공원이나 정원의 겨울 모습이란 대부분 죽은 듯 보인다. (18쪽)
정원수를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심한 관찰을 통해 나무 각각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게 관리해 주는 것이다. (76쪽)
갈색은 흙에 가까운 색깔이자 나무와도 비슷한 색깔이다. 생명의 순환을 떠올리게 하고 자연의 바탕색이기도 하다. (90쪽)
은청가문비나무, 화백 블러바드와 같은 나무는 서리꽃이 핀 듯 신비로운 푸른빛이 돌고, 황금설화백은 귀티 나는 화사한 황금빛이다. 역시나 특정 색상의 침엽수가 정원 꾸미기에 특별히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솜씨 좋은 정원사는 식물을 편애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어울리게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134쪽)
여름은 짙푸른 빛깔로 아름드리숲입니다. 겨울은 싯누런 빛깔로 아름드리숲이에요. 피어나는 빛은 푸르게 곱다면, 시드는 빛은 누렇게 곱습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누구나 시골에서 살면서 손수 살림을 가꾸었어요. 이때에는 누구나 여름빛하고 겨울빛을 누렸습니다.
오늘날에는 퍽 많은 분들이 도시에서 살면서 여름빛하고 겨울빛을 찬찬히 누리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높고 빽빽한 집하고 찻길하고 자동차가 가득하다 보니 풀포기나 나무가 제대로 깃들기 어려워요. 이러면서 나라 곳곳에 뿌옇게 먼지바람이 입니다.
《겨울정원》(김장훈, 가지, 2017)은 겨울뜨락을 이야기합니다. 봄에 꽃이 피고 여름에 잎이 우거지며 가을에 열매를 맺는 뜨락뿐 아니라, 겨울에는 시든 빛으로 우리 삶을 새롭게 돌아보도록 북돋우는 포근한 겨울뜨락을 다룹니다.
여름숲은 맨발로 짙푸른 땅을 디디면서 발바닥으로 푸른 냄새랑 기운이 올라와요. 겨울숲은 맨발로 싯누런 땅을 밟으면서 발바닥부터 노오란 냄새랑 기운이 올라옵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푸른밭이라면, 겨울에는 포근한 노란밭입니다. 공을 차거나 놀기에는 언제나 푸른 잔디밭이 어울릴 텐데, 겨울이 되어 누렇게 시든 풀밭도 공을 차거나 놀기에 무척 좋아요.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곧 흙으로 돌아가려는 풀줄기 느낌도 새삼스럽습니다.
삶에 여름이 있기에 겨울이 있어요. 들이며 숲에도 여름하고 겨울이 나란히 있습니다. 지거나 시들기에 죽음을 떠올릴 만한데, 죽음이란 고요한 잠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고요히 숨죽이면서 푹 쉬기에 새봄을 맞이합니다. 겨울뜨락이란 우리 스스로 오늘 이곳을 새로 바라보도록 이끄는 살뜰한 터전이에요. 어디에서나 들빛이며 숲빛이 싱그러우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풀빛이며 나무빛이 고우면 좋겠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