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집에서 설을 맞이합니다. 차례를 지낸 뒤 식구들이 둘러앉아 떡국을 먹습니다. 마루에 켜 놓은 텔레비전에서는 ‘무슨 시험대회 1등’을 했다는 사람들이 나와서 문제맞히기를 겨룹니다. 펄 벅이라는 분이 쓴 소설이름을 맞추는 문제가 나옵니다. 문제를 들은 분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지》?” 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문제 낸 이는 “네, 맞았습니다!” 하고 외칩니다. 문득, 《대지》가 아니라 《넓은 땅》이라고 말했으면 어찌 되었을까 궁금해집니다. 우리들은 익히 ‘大地’란 한자말 이름으로 알고 있으나, 펄 벅 님 작품을 우리 말로 처음 옮길 때 “너른 땅”이나 “넓은 땅”, 또는 “어머니 땅”으로 옮겼을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언제가 되든 이렇게 살갑게 책이름을 고쳐 옮길 수도 있고요. 철학가 플라톤이 남긴 말을 모은 책은 1950년대에 《잔치》라는 이름으로 옮겨집니다. 그 뒤 《향연》이라는 이름으로 옮긴 이가 있습니다. 요즘은 ‘잔치’로 책이름을 쓰는 곳이 있는 한편 ‘향연’으로 책이름을 쓰는 곳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둘은 어찌 다를까요. 우리는 왜 두 가지 책이름으로 같은 책을 가리키고 있을까요. (4340.2.18.설.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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