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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에쿠니 가오리 지음, 마츠다 나나코 그림, 임경선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7월
평점 :
그림책시렁 59
《나비》
에쿠니 가오리 글
마츠다 나나코 그림
임경선 옮김
창비
2018.7.10.
우리 집 아이들은 학원에 시달리지 않으니 학원에 시달리는 아이가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모릅니다.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을 떠올리면서 어림할 뿐입니다. 시골에서도 서울하고 비슷하게 교실 건물에서만 지낸다면, 운동장으로 나오더라도 손전화만 들여다본다면, 읍내 언저리를 맴돌고 군것질을 하다가 집으로 들어가서 텔레비전을 켠다면, 아마 이 아이들은 너른 들이나 숲에서 팔랑거리는 나비를 만날 일이 드물지 싶어요. 밭도 논도 모르는 아이들한테 나비란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동시집에 나오는 먼 나라 이야기일 수 있어요. 《나비》에 나오는 나비는 마음껏 어디로든 날아다닙니다.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바라보고 느끼고 배우면서 날갯짓을 합니다. 갖은 빛깔을 만나고, 낮하고 밤을 보냅니다. 밝은 햇빛도, 어둡지만 환한 별빛도 마주해요. 마치 아이들은 이렇게 놀아야 아이답다고 속삭이는 듯합니다. 그런데 옮김말은 영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림책을 한국말로 옮기는데 “얇은 두 장의 날개, 가녀린 두 개의 더듬이, 심장이 쉴 새 없이 콩닥콩닥 뛰고 있는 몸, 이건 한 마리의 나비(2쪽)” 같은 말씨는 뭘까요? “얇은 날개 둘, 가녀린 더듬이 둘, 심장이 쉴 새 없이 콩닥콩닥 뛰는 몸, 여기 나비 한 마리”로 바로잡아야지요. 그림책 아닌 어른책도 옮김말을 제대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