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었으면



겪었으면 달라지기 마련인데, 겪었어도 안 달리지곤 한다. 겪었는데 왜 안 달라지는가 하고 가만히 돌아보면 제대로 안 겪었더라. 그래서 신나게 겪거나 뼛속 깊이 사무치도록 겪는 일이 반드시 찾아온다. 와, 그러네. 그야말로 온몸으로 느끼지 않고서는 ‘겪었다’고 말할 수 없구나. 생각해 보라. 좀 덜 맛없는 국이라면 그냥 먹어치울는지 모른다. 살짝 맛없을 적하고 살짝 맛있을 적은 참말로 으레 그냥 먹겠지. 이 살짝 맛없거나 맛있는 밥이나 국을 통째로 버리고서 ‘제대로 맛있는 밥이나 국’을 새로 지어서 먹는가? 조금이라도 맛이 제대로 안 나면 몽땅 버릴 수 있는가? 글을 쓰고 싶다면, 오롯이 내 살점이 되고 뼈가 될 만큼 제대로 쓸 노릇이다. 아이들을 가르칠 적에도, 이웃을 마주할 적에도, 아주 자그마한 틈일을 할 적에도, 우리는 제대로 겪고 제대로 펴고 제대로 하면 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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