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421] 배를 엮다
배는 뭇는다
배는 짓는다
배는 띄운다
일본에서 나온 소설 하나는 《舟を編む》라고 합니다. 일본말 ‘編む(あむ)’는 ‘엮다, 겯다, 뜨다, 짜다’를 가리킨다고 해요. 왜 이런 낱말을 썼을까 하고 어림하는데, 문득 한 가지가 떠오릅니다. 한국에서는 배를 ‘뭇다’라 일컬었는데, 배를 지을 적에 널을 엮는 길도 있겠구나 싶더군요. 이때에는 배무이가 마치 ‘엮기·겯기’ 같다고 느낄 만해요.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이러한 ‘엮다’를 얼마나 살펴서 “배를 엮다”로 적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말로라면, 아무래도 “배를 짓다”가 가장 어울리지 싶습니다. 배도, 삶도, 말도, 넋도, 살림도, 사랑도, 마음도, 그야말로 사전까지 온통 ‘짓다’라는 말뜻으로 그리면, 이 모두를 처음으로 새로 나타나도록 한다는 결을 살릴 만하니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