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만 있고 ‘딸아들’은 없네

[오락가락 국어사전 27] 말을 뜻깊게 다루려면



  사전이 사전다우려면 삶을 삶답게 바라보고서 담는 길을 밝혀야지 싶습니다. 낱말을 더 많이 담아내어도 나쁘지 않으나, 이보다는 올림말을 찬찬히 짚고 살펴서 제대로 말을 익혀서 쓰도록 돕는 길로 가야지 싶습니다. 뜻깊은 사전으로 나아가야겠고, 뜻있는 사전으로 거듭나도록 힘을 모아야지 싶습니다.



날고기 : = 생고기

생고기(生-) : 1. 말리거나 익히거나 가공하지 아니한 고기 ≒ 날고기·생육 2. 얼리지 아니한 고기

생육(生肉) : = 생고기. ‘날고기’로 순화



  날로 먹는 고기라면 ‘날고기’일 텐데, 사전은 ‘날고기 = 생고기’처럼 다룹니다. 한자말 ‘생육’은 “= 생고기”로 풀이하고서 ‘날고기’로 고쳐쓰라고 나오지요. ‘생고기·생육’ 모두 “→ 날고기”로 다루고서 ‘날고기’를 제대로 풀이해야지 싶습니다.



손수레 : 사람이 직접 손으로 끄는 수레 ≒ 수거(手車)·연차(輦車)

수거(手車) : 1. = 손수레 2. = 인력거

연차(輦車) : = 손수레

리어카(rear car) : 자전거 뒤에 달거나 사람이 끄는, 바퀴가 둘 달린 작은 수레. ‘손수레’로 순화 ≒ 후미차

후미차(後尾車) : = 리어카



  손으로 끌어서 손수레입니다. 사전에는 ‘수거·연차’ 같은 한자말을 싣기도 하는데, 모두 털어내야지 싶습니다. ‘리어카’ 같은 영어는 풀이말을 붙이지 말고 “→ 손수레”로 다룰 노릇이고, ‘후미차’도 사전에서 덜 만합니다.



아이 : 1. 나이가 어린 사람 ≒ 아자(兒子) 2. 남에게 자기 자식을 낮추어 이르는 말 3.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막 태어난 아기 4. 어른이 아닌 제삼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낮잡아 이르는 말

자식(子息) : 1. 부모가 낳은 아이를, 그 부모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2. 어린아이를 귀엽게 이르는 말 3. 남자를 욕할 때 ‘놈’보다 낮추어 이르는 말

자녀(子女) : 아들과 딸을 아울러 이르는 말

아들딸 : 아들과 딸을 아울러 이르는 말

딸아들 : x

아자(兒子) : = 아이



  한자말 ‘자식·자녀’는 모두 ‘아이’를 나타냅니다. ‘자식’은 “→ 아이. 녀석”으로 다룰 만하고, ‘자녀’는 “→ 아이. 아들딸. 딸아들”로 다룰 만합니다. ‘아이’ 한 마디이면 넉넉하니 ‘아자’ 같은 한자말은 사전에서 털 노릇입니다. 그리고 ‘아들딸’만 올림말로 나오는데, ‘딸아들’도 올림말로 나란히 삼아야겠지요.



쪽 : 1. 방향을 가리키는 말 ≒ 녘·편 2. 서로 갈라지거나 맞서는 것 하나를 가리키는 말

향하다(向-) : 1. 어느 한쪽을 정면이 되게 대하다 2. 어느 한쪽을 목표로 하여 나아가다 3. 마음을 기울이다 4. 무엇이 어느 한 방향을 취하게 하다

방향(方向) : 1. 어떤 방위(方位)를 향한 쪽 2. 어떤 뜻이나 현상이 일정한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쪽



  ‘쪽’은 ‘방향’으로, ‘방향’은 “향한 쪽”이나 “향하여 나아가는 쪽”으로, ‘향하다’는 “어느 ‘한쪽’”이나 “어느 한 ‘방향’”으로 풀이하니 얄궂습니다. ‘방향’은 “→ 쪽”으로 다루고, ‘향하다’는 “→ 보다. 바라보다. 기울이다. 가다. 나아가다. (어느) 쪽을 보다. (어느) 쪽으로 가다”로 다룰 노릇입니다.



초입(初入) : 1. 골목이나 문 따위에 들어가는 어귀 2. 어떤 일이나 시기가 시작되는 첫머리 3. 처음으로 들어감

어귀 : 드나드는 목의 첫머리

첫머리 : 어떤 일이나 사물 따위가 시작되는 부분



  ‘어귀’나 ‘첫머리’를 가리킨다는 ‘초입’이라는데, ‘첫머리’란 “시작되는 부분”이라면, ‘초입’을 풀이한 “시작되는 첫머리”는 겹말풀이입니다. ‘초입’은 사전에서 털어내거나 “→ 어귀. 첫머리”로 다뤄야지 싶습니다.



의미심장(意味深長) : 뜻이 매우 깊다

뜻깊다 : 가치나 중요성이 크다

뜻있다 : 1. 일 따위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2.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정이나 실상이 있다 3. 가치나 보람이 있다



  뜻이 깊을 적에는 ‘뜻깊다’라 하면 되어요. ‘의미심장’은 “→ 뜻깊다”로 다루면 됩니다. ‘뜻-’을 앞가지로 삼으면 다른 말을 더 지을 만합니다. ‘뜻있다’라든지 ‘뜻없다·뜻넓다·뜻좋다·뜻얕다·뜻적다’를 써 보아도 좋습니다.



제초(除草) : 잡초를 뽑아 없앰

풀뽑기 : x

풀베기 : 풀을 베는 일 ≒ 예초(刈草) 

예초(刈草) : = 풀베기



  풀을 뽑는 일을 ‘제초’라 할 까닭 없이 ‘풀뽑기’라 하면 됩니다. 풀을 베기에 ‘풀베기’라 하지요. ‘예초’나 ‘제초’ 같은 낱말은 사전에서 털어낼 만합니다. ‘풀뽑기·풀치기·풀밀기’처럼 쓰면 됩니다.



자세(姿勢) : 1. 몸을 움직이거나 가누는 모양 ≒ 몸자세 2. 사물을 대할 때 가지는 마음가짐

마음가짐 : 마음의 자세

몸자세(-姿勢) : = 자세

마음새 : = 마음성

마음성(-性) : 마음을 쓰는 성질 ≒ 마음새



  몸을 움직이거나 가눌 적에 이를 ‘자세·몸자세’라 한다는 사전인데, 좀 엉성합니다. ‘몸자세’는 겹말이기도 합니다. ‘몸짓’이라고 하면 되겠지요. ‘자세’는 “→ 몸짓”으로 다루어 줍니다. 그리고 마음을 움직인다고 할 적에 쓰는 ‘마음가짐’은 “마음의 자세”라는 풀이가 어정쩡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모습이나 결”쯤으로 풀이를 손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마음성’처럼 굳이 ‘性’을 붙이는 낱말을 쓰기보다는 ‘마음새’ 한 마디를 잘 살리면서 ‘마음결·마음씨’하고 느낌이 다르게 쓰는 길을 밝히면 훨씬 좋습니다.



평평(平平)하다 : 1. 바닥이 고르고 판판하다 2. 예사롭고 평범하다

고르다 : 여럿이 다 높낮이, 크기, 양 따위의 차이가 없이 한결같다

판판하다 : 물건의 표면이 높낮이가 없이 평평하고 너르다



  한국말 ‘판판하다’를 잘 쓰면 됩니다. ‘평평하다’는 뜻풀이부터 겹말풀이인데, “→ 고르다. 판판하다”로 다룰 노릇입니다. 그나저나 ‘판판하다’하고 ‘평평하다’는 돌림풀이가 되기까지 하니, 제대로 가다듬어야겠습니다.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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