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내추럴 - 고대의 현자를 찾아서
그레이엄 핸콕 지음, 박중서 옮김 / 까치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인문책시렁 40


《슈퍼내추럴》

 그레이엄 핸콕

 박중서 옮김

 까치 2007.7.25.



내가 아야후아스카를 복용하고 본 환상들의 공통점은 한 가지 표현하라면 그것들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졌다는 점이었다. (60쪽)


오늘날 동굴미술을 연구하는 선사학자들 간에는 유력한 학술지의 지면을 서로 장악하려는 경쟁이 심하고, 상호간에 이른바 ‘근거 없는 반대’가 공공연히 일어나며, 현장 연구에서도 공동전선을 펴는 일은 거의 없고, 오히려 지연과 학연에 근거한 갈등이 번번히 일어난다는 사실을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114쪽)


뛰어난 생물학 기술을 지닌 존재가 있다고 가정하면, 그들로서는 DNA만큼이나 적절한 정보 저장매체가 또 없었을 것이다. DNA는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에도 불구하고 불변한 채 남아 있고, 또한 그중 3퍼센트를 제외한 나머지 97퍼센트의 ‘정크 DNA’의 기능은 아직까지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33쪽)


대부분의 종교에서 창시자가 겪었던 초자연적 체험과 계시는, 세월이 흐르면서 월급을 받는 성직자들의 관료주의로 완전히 대체되고 만다. (360쪽)



  꽃내음에 푹 빠질 때가 있습니다. 짙은 꽃내음이 온몸을 사로잡아서 무척 즐겁거나 들뜨거나 맑은 마음이 될 때가 있습니다. 한창 꽃내음에 빠져들다가 이곳을 잊고서 꿈나라를 누빌 때가 있어요.


  갖가지 풀하고 나무가 어우러진 깊은 숲에 깃들면 우리 몸을 어지럽히는 자잘한 소리가 확 사라지곤 합니다. 손전화가 터지지 않는 숲에서는 오직 숲소리가 우리 몸을 감도는데, 이 숲소리에 숲내음이 얼크러지면서 생각이 새롭게 열리거나 몸이 싱그럽게 트이곤 합니다.


  이와 달리 아파트라든지 지하상가라든지 도시 한복판이나 한길 가장자리 같은 데에서는 몸이나 마음을 사로잡는 즐겁거나 포근하거나 향긋하거나 느긋하거나 아름다운 냄새나 기운을 느끼기 어렵구나 싶어요. 시멘트와 쇠붙이와 플라스틱이 가득한 곳에서는 생각도 마음도 새로 깨어나기 힘들지 싶습니다.


  《슈퍼내추럴》(그레이엄 핸콕/박중서 옮김, 까치, 2007)은 옛살림하고 옛길을 캐내려고 하는 글쓴이가 중남미 아마존에서 마신 ‘아야후아스카’ 이야기로 책머리를 엽니다. 이제는 사라진 옛살림 자취를 좇는 글쓴이는 고고미술학이나 고고인류학을 비롯한 모든 고고학에서 자리다툼이 불꽃을 튄다고, 옛사람 삶길을 좇아서 알아내기보다는 저마다 줄다리기를 하느라 애먼 품을 들인다는 이야기도 잇달아서 폅니다.


  곰곰이 보면 이 책은 글쓴이가 두 가지를 깊이 살피려 합니다. 첫째, 오랜 문명을 지은 옛사람이 마셨다는 아야후아스카 같은 풀물이 우리 몸하고 마음을 어떻게 건드리거나 바꾸는가를 몸소 겪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려 합니다. 둘째, 오늘날 문명이 감추거나 잊거나 잃으면서 그만 옛살림을 읽는 자리에서도 깊은 눈썰미를 나란히 잊거나 잃는 나머지 옛살림을 제대로 못 읽지 않느냐고 하는 이야기를 짚으려고 해요.


  요새는 크게 달라진 듯하지만, 예전에는 글이나 책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든, 목소리를 키우려는 사람이든, 길을 깨치거나 배움빛을 넓히려는 사람은 으레 서울(도시)을 떠나 깊은 멧골이나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숲에 깃들어 숲소리하고 숲내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려 하던 옛사람 뜻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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