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1.9.


《버려진 것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김종휘, 솔, 2018



어제 하루 비가 왔을 뿐인데 꼭 여러 날 비가 온 느낌이다. 늦가을비는 이런 느낌일까? 그제는 저녁에 초피알을 새삼스레 훑었다. 곁님이 서울을 가며 두 병을 이웃님한테 선물로 주려고 가져갔다. 비 그친 오늘 또 초피알을 초피잎하고 훑는다. 늦여름부터 틈틈이 훑는데 꽤 많이 나온다. 이듬해에는 더 많이 나오겠지. 작은 나무 여러 그루로도 우리 몫뿐 아니라 선물할 몫까지 참 푸지다. 초피를 훑으며 손이며 몸에 초피내가 배는데, 햇볕을 바라보며 《버려진 것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를 읽는다. 요새 나온 시집 가운데 모처럼 찬찬히 그리며 읽었다. 요새는 말장난이나 말재주 피우는 시가 너무 많아서 시집이 꽤 진절머리가 났다. 노래가 되는 말이 시일 텐데, 억지로 짜맞추려 하면 아무 이야기가 남지 않는다. 삶을, 사랑을, 사람을, 슬기를, 새로운 살림을, 상냥한 숨결을, 신명나는 손짓으로 춤을 추듯이 노래할 적에 비로소 시 한 줄이 아닐까. 그제하고 오늘 훑은 초피알하고 초피잎은 며칠 뒤에 유리병에 옮겨야지. 그때까지 가을해를 듬뿍 먹으렴. 모레쯤에는 굵은 수세미 열매를 따서 수세미차를 말리려 한다. 수세미야, 너도 이틀을 더 햇볕을 고이 담아 주렴. 네 속살에 담은 해님을 우리가 겨우내 누리도록 베풀어 주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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