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1.5.
《뭘 그렇게 찍으세요》
강무지 글·한지선 그림, 우리교육, 2006.11.20.
아주 달게 잤다. 수수하게 손질한 오래된 길손집이 하루를 묵기에 한결 낫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다음에 서울마실을 할 적에도 이 수수한 길손집에 들자고 생각한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어제 장만한 책을 주섬주섬 들춘다. 안골에 있는 길손집인데에도 한길에서 자동차가 다니는 소리가 아스라히 들린다. 서울이니까. 사진님 최민식 어른 이야기를 다룬 《뭘 그렇게 찍으세요》를 읽는다. 이 책을 비로소 읽는다. 진작에 나온 줄 알았지만 너무 늦게 읽네. 첫머리는 심심했지만, 최민식 어른이 누린 어린 날이나 젊은 날 이야기가 눈에 쏙쏙 들어온다. 최민식 어른이 쓴 글은 딱딱하고 어렵다면, 동화작가 손을 거친 이야기는 부드러우면서 살갑다. 어린이 눈높이로 걸러내니 다르네. 마지막 쪽까지 한달음에 읽어냈는데, 예나 이제나 사진밭에 나오는 참목소리는 매우 낮구나 싶다. 손멋을 부리는 예술쟁이는 많아도 삶을 말하는 사진님은 드물다. 다큐사진을 찍는대서 삶을 말하지는 않는다. 오늘 한국에서는 예술사진도 다큐사진도 모두 한쪽으로 기울었다. 최민식 어른이 군사독재 적에는 독재 때문에, 민주물결이 일렁인 뒤에는 또 이 물결대로 외롭게 사진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지 싶다. 기계를 쥔 사람 말고 마음을 담는 사람이 그립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