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틀 홀가분한 글쓰기



어제 서울에 닿아 한끼쯤 먹었고, 그제 고흥에서 한끼쯤 먹었다. 어제까지 열사흘에 걸쳐 끼니로 치면 밥 한 그릇이 될 동 말 동 먹어 보는데, 이만큼 먹는 몸으로 배고프다고 안 느낀다.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산뜻하다고, 밝다고 느낀다. 열사흘째에 이르는 살림을 돌아본다. 그제 조금 젓가락질을 하기 앞서까지 딱히 몸에 뭘 넣지 않으며 살다 보니, 다만 물은 하루에 2∼4리터쯤 마셨는데, 오줌을 눌 일은 있어도 똥을 눌이 없더라. 들어오지 않으니 나가지 않는다고 할까. 집어넣지 않으니 내보낼 일이 없달까. 밥이란 것을 먹지 않으면 똥이란 것을 굳이 눌 까닭이 없고, 이때에는 하루가 참으로 길다. 밥이란 것을 먹으면서 몸을 움직이려면 밥을 차리고 치우고 뭐 하고 저러느라 하루가 꽤 짧다. 그렇다. 우리가 뭔가 많이 짊어지거나 거머쥐면서 산다면, 이런 여러 가지를 챙기거나 품느라 바쁜 나머지 우리 꿈으로 나아가는 길을 스스로 막곤 한다. 머리에 지식이 많다고 나쁘지 않을 테지만, 지식이 너무 많으면 정작 이 지식을 어떻게 다루어서 우리 마음에 드는 글을 쓰면 좋은가를 놓치거나 잃기 쉽다. 글쓰기를 알려준다고 하는 책은 되도록 읽지 말자. 글쓰기 강의도 되도록 듣지 말자. ‘글쓰기 솜씨를 키우는 지식’은 부디 머리에 넣지 말자. 오직 우리 삶만 머리에 담고 마음에 싣자. 그러면 글은 저절로 피어난다. 우리 머리랑 몸이랑 마음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로 넘실넘칠 춤춘다면, 글이란 언제나 술술술 꽃처럼 피어나기 마련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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