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1.3.


《시가 있는 바닷가 어느 교실》

 최종득, 양철북, 2018.10.19.



며칠 앞서 고흥 봉래초등학교 어린이를 만나서 이야기꽃을 펼 적에, 여덟 살 아이가 재미난 시를 썼다. 부끄럽다며 읽어 주지는 않고 보여주기만 하던데, 두 줄짜리 시인데 아이 마음을 알뜰히 담아서 참 이뻤다. 어느 아이는 띄어쓰기랑 맞춤법이랑 줄나눔까지 모두 틀린 시를 열 줄쯤 써서 나한테 선물로 주는데,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아이 마음을 오롯이 깊은 사랑으로 적어서 주었다. 시 한 줄이란 얼마나 기쁜 새로운 고운 상냥한 신나는 춤사위인가. 《시가 있는 바닷가 어느 교실》은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초등교사로 일하는 분이 아이들하고 시를 배우고 가르치면서 얻은 삶을 풀어낸다. 어른이자 교사인 아저씨는 아이들한테 ‘시를 가르친다’고 하지만, 가만히 보면 아이들을 가르친다기보다 아이들한테서 ‘시를 배운다’고 할 만하다. 교사이자 아저씨는 곧잘 동시를 써 본다는데, 이 동시는 늘 아이들이 가다듬어 준다. 글손질을 해 준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으로 이끌어 주어 이분이 새롭게 동시를 쓸 기운을 북돋운다. 교사라는 보람이라면 다 다르며 이쁜 아이들하고 하루를 지내면서 엄청난 숨결을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삶일 테지. 여느 어버이 누구나 이녁 아이가 참으로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사랑인 줄 배울 수 있기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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