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분이 아닌



새벽 6시 10분에 이웃마을에서 지나가는 시골버스가 고흥읍으로 가는 첫 버스이다. 이 시골버스를 타려고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서서 6시 4분에 닿는다. 그런데 6시 10분 시골버스가 6시 25분이 되어서야 온다. 15분을 늦는다. 한숨이 절로 난다. 고흥읍에서 6시 40분 시외버스를 타야 순천으로 가고, 이 시외버스로 순천에 닿아야 아침 8시에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를 탄다. 이렇게 움직여야 오늘 14시에 서울에서 강의를 한다. 그런데 첫 단추부터 어그러지니 아주 뒤틀린다. 시골버스를 모는 분은 무슨 마음으로 일요일 새벽에 손님도 자동차도 거의 없는데 15분을 늦어야 할까? 고작 1분이 아닌 줄, 피같으며 뼈같은 1분 1초인 줄을 모르려나. 이렇게 늦는다면 아예 ‘시골버스가 들어오는 때’를 ‘그무렵에야 들어온다’고 밝혀야, 그런 때에 맞추어 움직이지 않겠는가. 고흥읍에 6시 43분에 내린다. 시골버스를 내리는데 오른쪽에 시외버스가 있다. 어라? 왜? 아직까지? 시골버스서 내려 얼른 시외버스 앞을 쳐다보니 순천 가는 시외버스. 눈짓으로 이 버스를 타겠노라 버스일꾼한테 말하고서 부리나케 달려 표를 끊는다. 버스에 오르며 “고맙습니다” 하고 꾸벅하니 그제서야 문을 닫고 떠난다. 6시 40분에 떠날 시외버스가 3분이나 가만히 서서 누구인가를 기다렸고, 나는 이 버스를 기쁘게 타서 오늘 하루 일이 안 뒤틀릴 수 있다. 이런 새벽이며 아침 이야기를 글로 옮기며 생각한다. 남들이 1분을 덧없이 여기더라도 나 스스로 1분을 대수로이 여길 노릇이라고. 우리 아이들하고 지내는 1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다시 생각하자고. 곁님하고 함께 짓는 살림에서 1분이란 어떤 값어치인가를 곰곰이 헤아리자고. 말 한 마디를 건넬 적에, 글 한 줄을 쓸 적에, 책 한 쪽을 읽을 적에, 1분이란 틈이 얼마나 고운가를 다시 살피자고.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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