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0.14.

 

《쉬멍쉬멍 놀멍놀멍》
 제주 아이들, 삶말, 2017.9.1.

어린이가 쓴 동시를 오랜만에 제대로 만난다. 전국국어교과모임에서 요 몇 해 사이에 바지런히 어린이 동시집을 펴낸다. 이런 멋진 동시집이 나온 줄 올해에 비로소 알았고, 예닐곱 권 나온 동시집을 하루에 한 권씩 읽기로 한다. 오늘은 《쉬멍쉬멍 놀멍놀멍》을 읽는다. 제주 어린이가 쓴 동시라고 한다. 동시집 끝자락에는 제주 어린이가 제주말로 쓰고서 서울말로 옮긴 동시도 달아 놓는다. 제주말로 쓴 동시에는 티끌 같은 구석이 아예 없다시피 하다. 제주말로 제주살림을 그리는 동시는 아주 수수한 낱말로 아주 수수한 줄거리를 몇 줄로 엮을 뿐인데 더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피어난다. 이와 달리 처음부터 여느 서울말로 쓴 동시는 딱히 제주 어린이다운 삶이나 넋이나 꿈을 찾아보기 어렵다. 제주 어린이도 똑같이 텔레비전에 손전화에 누리놀이에 동무끼리 치고받는 다툼질에 학원 돌림질에 얽매인 하루가 고스란히 흐른다. 말이란 참 대단하다. 서울말 아닌 제 고장말을 쓸 뿐인데 몇 줄 동시가 확 다르다. 우리가 오늘 초등교육뿐 아니라 중등교육하고 대학교육까지 고장마다 고장말로 고장살림을 배운다면, 또 교사도 아이하고 똑같이 고장말을 나누면서 가르친다면, 나라가 확 달라지겠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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