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나무 - 북유럽 스타일로 장작을 패고 쌓고 말리는 법
라르스 뮈팅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인문책시렁 46

 

《노르웨이의 나무》
 라르스 뮈팅
 노승영 옮김
 열린책들
 2017.11.15.

 

땔나무 운반 트레일러가 도랑에 빠져 기름을 뒤집어쓴 바닷새는 하나도 없다. 나뭇더미가 전쟁을 막지는 못할지도 모르지만, 단순하고 지역적인 에너지원이 폭력적 분쟁의 불씨가 되는 경우는 없다. (45쪽)

 

오래된 자작나무 등걸에서 어린 나무 두 그루가 자랄 수도 있다. 이 묘목들은 늙은 나무의 근계를 이용하여 빠르게 성장한다. 2000년 된 참나무 등걸도 여전히 새 나무를 길러낼 수 있다. (79쪽)

 

정말 좋은 도끼는 소유자의 이름을 새길 만한 가치가 있다. 체인톱과 달리 도끼는 결코 닳지 않는다. 낡을 뿐이다. (109쪽)

 

“장작더미 사이로 부는 바람이 나무를 말립니다. 열기도 중요하지만, 젖은 나무는 햇볕과 바람을 최대한 많이 쐬어야 합니다.” … 그는 살아오면서 나뭇간 설계를 여러모로 실험했다. 여든 번째 생일을 갓 지난 지금, 마침내 마음에 드는 설계를 찾았다. (155쪽)

 

  장작을 때서 지은 밥이 있습니다. 가스불을 올려 냄비에 지은 밥이 있습니다. 전깃줄을 꽂아 전기밥솥으로 지은 밥이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전자렌지로 덥힌 밥이 있습니다. 이 여러 가지 밥을 밥상에 나란히 올려놓아 본다면, 우리는 다 다른 밥맛을 느끼거나 알아챌까요?


  장작을 때서 나무로 불을 지피는 집하고, 도시가스로 방바닥을 덥히는 집하고, 기름보일러를 돌려 따뜻하게 하는 집이 있으면, 우리는 이러한 집마다 다 다른 따스함이 어디에서 비롯하는가를 느끼거나 알아챌까요?


  《노르웨이의 나무》를 읽으면, 노르웨이라는 나라는 워낙 남다른 터전인 터라 기름이나 가스가 아닌 나무를 때서 따스한 기운을 얻는다고 하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집에서 나무를 하고 장작을 패기에 아이들도 어릴 적부터 도끼를 다루거나 장작짐을 나를 줄 안다지요.


  책을 읽으니, 우리가 석유 아닌 나뭇더미를 돌보는 살림일 적에는 전쟁 불길이 안 퍼졌으리라는 얘기도 흐르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1900년대에 이르러 터진 전쟁은 석유 때문이라면, 지난날에는 나무를 차지하려고 싸움을 벌였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너른 숲을 차지하려고 총칼을 앞세워 싸울는지 모릅니다.


  도시살림을 키우는 길이라면 앞으로 석유다툼뿐 아니라 나무다툼이 벌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달리 도시살림은 알맞게 멈추거나 다독이거나 줄이는 길을 간다면, 또 도시에서도 숲살림을 키우는 길을 간다면, 이때에는 나라 사이에서뿐 아니라 고장 사이에서도 다툼이 잦아들리라 느껴요. 집집마다 숲살림을 누리면서 숲에서 나무를 얻는다면, 집살림을 나무를 베어 다듬어서 손수 짓는다면,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나무 품에 안기면서 자라고, 숲바람을 마시고 숲길을 걸으며 숲노래를 듣는 하루라면, 마음이며 몸에 아늑하며 넉넉한 숨결이 무럭무럭 크리라 생각해요.


  자동차도 아파트도 얼마든지 줄일 노릇입니다. 정치일꾼도 벼슬아치도 자꾸자꾸 줄일 노릇입니다. 학교도 줄이고 문화시설까지 줄여도 되어요. 숲을 늘릴 노릇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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