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하고 오늘



  어제 우리는 책집마실을 으레 즐겼습니다. 어제는 오늘날처럼 누리책집이 없었으니 스스로 다리품을 팔아야 비로소 책을 만날 수 있었고, 헛걸음을 하더라도 다시 찾고 또 찾고 거듭 찾으면서 책 하나를 고마이 품에 안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책집마실을 다니려고 다리품을 팔 적에는 책만 만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책을 만날는지 설레면서 마음에 새바람이 불었고, 책집으로 가는 마을이나 골목이나 시골길을 누렸어요. 오늘날 우리는 책집마실을 굳이 안 해도 누리책집에서 손쉽게 책을 만납니다. 오늘날에도 책을 고마이 품는 분이 있습니다만 지난날하고는 좀 달라요. 지난날에는 고마이 품은 책을 건사하다가 이웃한테 물려주거나 헌책집에 기꺼이 내놓아 가난한 이웃이 넉넉히 ‘새 헌책’을 누리도록 다리를 놓았으나,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저마다 ‘개인 누리책집’을 열어서 ‘새 헌책’을 장사하곤 합니다. 새 헌책을 장사하는 일은 나쁘지 않아요. 누리책집으로 책을 만나는 일도 재미있기 마련입니다. 다만 다리품을 파는 책집마실이 줄어들면서 책집마실을 하는 동안 이웃집이나 이웃마을이나 이웃골목을 차분히 돌아보고 헤아리면서 두근두근한다든지 새로 보고 배우는 숨결이 좀 옅어집니다. 손쉽게 책을 얻거나 개인 누리책집을 여는 길을 얻었다면, 이만큼 우리 손을 떠나거나 잃거나 잊는 삶과 사랑도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