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0.9.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정철 엮음, 사계절, 2017.7.7.
오늘 한글날, 전남CBS하고 교육방송 두 군데 라디오에서 내 목소리가 흐른다. 전남CBS는 방송일꾼이 몇 시에 방송이 흐르는지 알려주지 않아 모르겠고, 교육방송은 저녁 여덟 시가 지나서 나온다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은 한국에 몇 사람 없는 ‘사전편찬자’란 이름인데, ‘편찬’이란 이름을 버거워하는 이웃이 많아 여러 해 앞서부터 ‘사전지음이’란 이름으로 고쳐서 쓴다. 지음이란 말을 쓰니 퍽 홀가분하다며 반겨 주니 나도 좋다. 지난해에 나온 줄 알았으나 깜빡 잊고 지나쳤던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을 어제 서울로 마실하는 길에 장만해서 오늘 아침부터 읽는다. 엮은이는 여러 어른을 만나서 사전 짓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 책에 흐르는 목소리를 읽으며 모처럼 ‘나랑 같은 일을 하는, 그러나 좀처럼 얼굴 보기도 어려운’ 분들 숨결을 헤아린다. 엮은이는 사전지음이를 사람문화재로 삼아서 나라나 지자체에서 도와야 한다고 외치는데, 어쩐지 찡하다. 그런가? 그렇기도 하겠네. 사전짓기란 온삶을 들여서 하는 일인 터라 참말로 사전지음이를 사람문화재로 바라보면서 아끼는 손길이 있으면 멋지겠지. 이런 손길을 타고 온갖 알차고 아름다운 사전이 태어날 수 있기를 빈다. 말꽃이 피는 사전을, 말꽃으로 말사랑을 지피는 사전을.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