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 봄날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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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24


《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메이 옮김

 봄날의책

 2017.7.10.



암이라는 말을 듣는 경험은 어땠을까? 미래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이들은 다시는 못 볼 얼굴로 변했다. (49쪽)


화학요법 치료를 받으면 일단 몸이 만신창이가 된 느낌이 든다. 놀랄 일은 아닌데, 세포를 죽이는 독한 약물을 몸 안에 넣는 것이 바로 화학요법이기 때문이다. (119쪽)


병원은 신체 치료를 감정을 돌보는 일에서 분리하며, 돌보는 사람을 부가적인 사치품인 양 취급한다. 옆에 있으면 환자에겐 좋지만 치료에 필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125쪽)


아픈 사람들의 책임이 낫는 일이 아니라면 그들의 진정한 책임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고통을 목격하고 경험을 표현하는 것,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아픈 사람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195쪽)



  모기가 문 자리는 살짝 부으면서 간지럽기 마련입니다. 부은 자리가 간지러워서 긁으면 더 붓고 간지럼은 안 사라집니다. 모기가 물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으면 간지럽다고 못 느낄 뿐더러 부은 자리는 어느새 가라앉습니다. 그런데 모기가 달라붙지 않는 사람이 있어요. 몸에서 맑은 피가 흐르면서 아주 튼튼한 사람이라면 모기가 안 달라붙습니다.


  한 곳이 아프면 아픈 데에 마음을 쓰느라 이내 다른 곳도 나란히 아프곤 합니다. 이를테면 한 쪽 다리를 절뚝이면 다른 다리에 힘이 많이 가니, 어느새 두 다리 모두 아프고 말아요.


  《아픈 몸을 살다》(아서 프랭크/메이 옮김, 봄날의책, 2017)를 읽으면, 글쓴이가 병원에서 얼마나 도움을 못 받았는가 하는 이야기가 길게 흐릅니다. 몸이 아파 병원에 오랫동안 찾아다녀야 하면서 병원하고 의학계가 어떻게 얽히면서 사람들을 옥죄는가를 깊이 들여다보았다고도 할 만합니다. 그리고 아픈 사람 곁에 누가 남는가를 지켜볼 수 있었고, 아픈 사람 둘레를 누가 언제 어떻게 떠나는가도 환하게 느낄 수 있었다지요.


  어린이는 아프면서 자란다고 합니다. 어른도 이와 같아요. 어린이는 크게 앓고 나서 더욱 튼튼한 몸으로 태어난다면, 어른도 크게 아파 보면서 한결 튼튼한 몸하고 마음을 얻는구나 싶습니다.


  튼튼한 몸을 살면서 튼튼한 삶길을 헤아립니다. 아픈 몸을 살아내면서 아픈 삶길을 새삼스레 바라보면서, 이제부터 어떻게 스스로 달라져야 즐거울는지 하나하나 짚습니다. 아픈 몸이란, 아픈 삶이란, 아픈 마음이란, 아픈 하루란, 좋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몸이요 삶이며 마음이고 하루입니다. 이 나날을 어떻게 지켜보고 받아들여서 스스로 밑거름으로 삼느냐가 다를 뿐일 테지요.


  아픈 몸을 고이 바라보고 느껴서 글로 남기기에, 이러한 글은 오늘 아픈 이웃한테 작게나마 이바지할 수 있어요. 의사는 도움이 안 되어도, 아픈 나날을 보낸 사람이 적어 놓은 글줄은 아픈 삶길을 고루 바라보도록 상냥하게 이끌어 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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