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 밥 한 그릇의 시원 - 2009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최수연 지음 / 마고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문책시렁 19


《논, 밥 한 그릇의 시원》

 최수연

 마고북스

 2008.10.1.



물은 흙 속에 있는 양분을 녹여 벼에 전달한다. 다시 말해 공기에 있는 양분이나 흙 속에 있는 양분을 물에 녹여 벼가 빨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바꿔 주는 역할을 한다. (46쪽)


논이 하는 일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일차적으로 쌀을 생산해서 밥을 먹게 해 주고 거대한 녹지공간을 제공해 몸과 마음을 안락하게 해 준다. 논의 공익적 기능을 생각하면 우리가 먹는 쌀은 조금 과장되게 부차적인 생산물이라고까지 생각할 수도 있다. (50쪽)


논을 나타내는 다른 표현으로 섬지기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볍씨 한 섬의 모 또는 씨앗을 심을 만한 넓이를 나타낸다. 즉, 한 섬지기는 한 마지기의 열 배인 약 2∼3천 평의 논을 가리킨다. (56쪽)


겨울이면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치고 멍석을 짠다. 그 모두가 짚이 재료다. 신도 삼고 다래끼도 만들고 이엉도 얹는다. 콩깍지와 함께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가마솥에서 끓어 넘치던 소여물도 바로 짚이다. (130쪽)



  가을이 되어 나락을 베는 철입니다. 요새는 나락을 기계로 말리기도 하지만, 자동차가 뜸한 두멧시골에서는 길바닥에 나락을 죽 펼쳐서 말립니다. 어쩌다가 자동차가 지나가는 시골에서는 널따란 찻길은 나락이며 깨이며 콩을 말리기에 무척 좋은 마당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한때 논을 늘리려고 갯벌을 메꾸었습니다. 꽤 너른 갯벌이 논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논뿐 아니라 갯벌도 우리 터전에서 매우 대수롭습니다. 논이 하는 구실이 있듯이 갯벌이 하는 몫이 있어요. 둘 가운데 어느 하나만 넓어야 하지 않습니다. 둘은 나란히 들하고 바다를 살찌우는 밑바탕입니다.


  《논, 밥 한 그릇의 시원》(최수연, 마고북스, 2008)을 읽습니다. 이 책을 누가 읽으려나 하고 헤아립니다. 누구보다 시골 지자체 군수를 비롯해, 군청 공무원이 좀 읽을 노릇이지 싶습니다. 시골 논을 밀어내어 발전소라든지 공장이라든지 비행장이라든지 관광단지로 바꾸고 싶어하는 산업개발과 공무원부터 이 책을 읽어야지 싶어요.


  시골에서 살며 시골 공무원을 지켜보자면, 거의 모든 시골 공무원이 이웃 큰도시 아파트나 읍내 아파트에 살면서 자가용으로 다니는구나 싶습니다. 읍이나 면에서 떨어진 작은 마을 흙집에 살며 공무원살림을 잇는 이는 매우 드물지 싶어요. 시골 공무원으로서 늘 논이나 갯벌을 바라보는 집에서 살지 않는다면, 들녘이나 숲이나 멧골이나 바다를 언제나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 시멘트 군청 건물 책상맡에만 앉는다면, 이들은 어떤 행정을 펴려나요?


  밥을 얻는 논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삶터로 있는 논입니다. 어른은 일하는 자리요, 아이는 놀이하는 자리인 들판입니다. 사람은 풀열매를 얻는 터이며, 새랑 풀벌레랑 민물고기는 곁에서 고이 어우러지는 터이지요. 아파트를 줄여 숲으로 바꾸어야지 싶습니다. 찻길을 줄여 논밭이나 풀밭으로 돌려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