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감이라는 것 - 자연을 비추는 거울
조영권 지음 / 자연과생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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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책시렁 16


《도감이라는 것》

 조영권

 자연과생태

 2018.7.16.



생물 도감은 ‘생물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그런데 도감을 하나둘 펴내고,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기를 거듭하면서 도감이 지닌 뜻이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도감을 짓고 엮는 일은 자연을 비추고, 사회를 비추고, 자신을 비추어 내가 선 자리와 모습까지 살피는 일이었습니다. (5쪽)


도감에서는 생물 특징과 생태가 잘 드러난 사진이 중요합니다. 사진가 시각으로 영상미가 뛰어난 생물 사진을 담는다면 그것은 도감이 아니라 화보집이겠지요. (108쪽)


도감 원고를 살피다 보면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영어식, 일본식 문장이 매우 많다는 점입니다. 국내 자료가 적었던 시절에 주로 영어권과 일본에서 나온 도감이나 이를 번역한 교재로 공부했고, 이런 자료를 참고해 글 쓰는 일이 많았기 때문인 듯합니다. (145쪽)


용어도 우리말로 바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면 좋을 텐데 참 어려운 일입니다.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려면 먼저 우리말을 잘 알아야 하는데 생물 연구자가 그런 지식까지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생물 분야와 국어 분야가 협업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147쪽)



  도감이라고 하는 책은 1999년부터 눈을 떴습니다. 1999년 이해에 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 들어갔는데, 제가 일한 출판사에서는 잔붓그림으로 도감을 여러 권 펴냈어요. 잔붓그림 도감을 짓기까지 곁에 둔 여러 나라 도감을 살피면서, 또 이 출판사에 새로운 도감을 여러 헌책집을 뒤져서 찾아내어 갖다 주면서, 도감이란 어떤 책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사전은 낱말을 오직 말로 밝혀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도감은 오직 그림이나 사진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로구나 하고 느꼈어요. 사전은 말을 국어학이라는 얼개인 학문으로 파고들지 않습니다. 도감은 생태나 자연을 생태학이나 환경학이나 생물학이라는 얼개인 학문으로 파고들지 않아요. 사전이나 도감은 말과 뭇숨결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 땅이 어떤 살림인가를 쉽고 부드러우면서 알뜰히 알아채거나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책이라고 느껴요.


  《도감이라는 것》(조영권, 자연과생태, 2018)은 생태도감을 꾸준히 펴내어 우리 삶을 더 깊고 너르며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도록 북돋우는 출판사 책지기가 손수 쓴 책입니다. 책꽂이에 모셔 두는 도감이 아닌, 책상맡에 놓고서 틈틈이 들추어 이웃(뭇푸나무하고 뭇짐승하고 뭇새하고 뭇벌레 모두)을 만나도록 징검다리가 되는 도감을 어떻게 엮고 펴내며, 어떻게 읽고 즐길 만한가를 하나하나 짚습니다.


  도감 하나를 곁에 두기에 우리 삶이 얼마나 넉넉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지요. 도감 하나를 다 읽어낸 뒤에 마음이 얼마나 살찌고 눈빛이 얼마나 밝게 거듭나는가 하는 대목을 들려줍니다. 도감 하나를 짓는 땀방울이란 새벽에 풀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해맑은 손길입니다. 도감 하나를 알아보고 장만해서 품에 안고 살살 어루만지는 우리는, 이 지구라는 별이 어떻게 자라나면서 서로 사랑으로 어우러질 만한가를 배웁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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