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 교토 게이분샤에서 발견한 소비와 유통의 미래
호리베 아쓰시 지음, 정문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인문책시렁 10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호리에 아쓰시

 정문주 옮김

 민음사

 2018.2.2.



우리 서점 바로 뒤편으로 가벼운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는 찻집 ‘쓰바메’가 들어섰다. 그 전까지 서점 주변에는 책을 들고 가 잠시 쉴 수 있는 가게가 없었기 때문에 손님들에게는 귀중한 휴식처가 되었다. (44쪽)


싸기만 하면 좋다는 생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주체는 경제가 아니라 문화의 힘이 아닐까? (112쪽)


작은 서점 입장에서는 잘 팔리는 책이나 안 팔리는 책이나 판매 부수에 큰 차이가 없었다 … “팔릴지 말지를 모를 때는(사실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팔고 싶은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133쪽)


가게라는 공간은 그저 번성하고 유명해지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장소를 개방하고 그곳에 모이는 손님에게 무언가 길을 제시하는 것도 가게가 제공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157쪽)



  마을가게 한 곳이 마을을 바꿉니다. 아름다운 가게 한 곳으로 아름답게 바꾸고, 안 아름다운 가게 한 곳으로 안 아름답게 바꿀 테지요. 옷가게라 하더라도 어떤 옷가게인가에 따라서 마을결이 바뀝니다. 술가게라 할 적에도 어떤 술가게인가에 따라서 마을결이 바뀌어요. 무엇을 다루느냐보다는 어떻게 돌보느냐에 따라서 기운이 사뭇 다르기 마련입니다.


  골목마을에 자동차가 붐빈다면 골목다운 멋이 흐르기 어렵겠지요. 시골마을에 농기계하고 농약이 춤춘다면 시골스러운 숨이 흐르기 어려울 테고요.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헤아릴 때입니다. 어떤 살림을 바라고, 어떤 삶길로 나아갈 적에 아름다우면서 즐거울까를 느껴야지 싶습니다.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호리에 아쓰시/정문주 옮김, 민음사, 2018)는 작은 책집을 비롯해서 작은 가게로 마을결이 차츰 새롭게 피어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커다란 책집이나 가게가 아닌 작은 책집이나 가게로 바꾸어 내는 숨결을 이야기해요. 뭔가 큰돈으로 뚝딱질을 하지 않고도 바꿀 수 있는, 아니 사람 손길로 차근차근 가다듬을 적에 비로소 상냥하게 바꾸어 내는 새로운 기운을 밝힙니다.


  마을에 냇물이 싱그럽게 흘러서 이 싱그러운 냇물을 길어다가 마실 수 있을 적하고, 못을 파고 물을 가둔 뒤에 시멘트랑 플라스틱을 써서 수돗물을 쓸 적하고 물맛이 얼마나 다를까요? 어떤 물을 어떻게 마시는 살림인 마을로 나아갈 적에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전기를 쓸 적에도 어떤 전기를 어떻게 쓸 적에 마을이 살아날 만한지를 살필 노릇입니다.


  작은 책 하나는 모든 실마리를 풀어 주지 않습니다. 작은 책 하나는 작은 가게 하나로 마을이 천천히 거듭나던 모습을 수수하게 풀어냅니다. 체험시설이나 학습도구나 관광단지를 굳이 목돈을 들여서 올려세우지 않아도 됩니다. 벼슬아치뿐 아니라 마을사람 스스로 이 대목을 읽어내는 날에 비로소 마을길이 바뀌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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