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망은 희망 - 제주할망 전문 인터뷰 작가 5년의 기록, 2018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정신지 지음 / 가르스연구소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인문책시렁 7


《할망은 희망》

 정신지

 가르스연구소

 2018.4.3.



“아이고, 새 한 마리가 다녀가는 거 닮다.” 얼마 전 만난 할망이 저와 헤어지는 길에 이런 말씀을 하셨거든요. 잠시 스치며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 할망 눈에 제가 한 마리 새로 비추어지다니. 무척이나 고마워서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어요! (7쪽)


“며칠 지낭 목총을 멩 훈련을 간. 그땐 여자도 싸움질 시켰주게. 경행 거기 가신디, 나를 죽이젠 한 그 순경 놈이 거기 또 서 있는 거 아니라? 그 사람을 봐지난 박박 털어젼. 날 죽이젠 했던 놈이난게. 그때 나 나이 열아홉이라서.” (71쪽)


“할아버지, 콩도 하셤구나예?” “해야지게.” “작년엔 태풍에 콩이 많이 날아가불지 않안마씨?” “날아가민 날아간 대로 남은 것만 허는 거주게.” (109쪽)


“추운디 고치 노인정 갈탸?” (133쪽)


“어이고, 기여. 이디 계속 이서도 너신디 아무것도 줄 것이 어따. 옆집 할망신디 가보카? 그 할망 걷질 못허난 혼자 심심행 이실 거여.” (158쪽)



  학자나 지식인은 ‘방언’이라는 한자말을 쓰려고 하지만, 시골에서 사는 사람은 ‘사투리’라는 오랜 한국말을 씁니다. 그런데 시골사람은 ‘사투리’라고도 잘 안 쓰고 ‘장흥말’이나 ‘임실말’처럼 고장 이름을 써요. 그리고 이 고장 이름도 읍내에 사는 이들이 쓸 뿐, 마을에서 사는 사람은 마을 이름을 씁니다.


  사투리란 어느 고장에서 사는 사람들이 쓰는 다 다른 말을 아우르는 이름입니다. 고을이나 마을로 작게 살필 적에는 고을 이름이나 마을 이름을 쓰면서 제 삶터가 이웃 삶터하고 다르기에 말도 다르다는 대목을 스스로 또렷이 밝히지요. 이런 얼거리를 읽을 줄 안다면 섣불리 ‘방언’ 같은 바깥말을 끌어들이지 않습니다.


  《할망은 희망》(정신지, 가르스연구소, 2018)은 글쓴이가 어릴 적 듣고 말하던 제주말로 마주한 할망하고 하르망 이야기를 묶습니다. 글쓴이는 제주사람으로서 제주말을 즐겁게 건사했다고 해요. 이웃나라에서 여러 해에 걸쳐 그곳 터전을 읽거나 헤아리는 일을 했다는데, 이런 배움길이 좋은 거름이 되어 제주라는 보금자리에서 제주말로 이웃 할망하고 하르방을 사귀는 이음고리를 깨달았다고도 합니다.


  다만 이 책은 제주말로 제주 할망하고 하르방 이야기를 담기는 하되, 더 깊이 파고들지는 못합니다. 제주말을 쓰는 대목까지는 훌륭하지만, 이 제주말로 제주 삶자락을 얼마나 살피거나 어루만질 적에 아름다울까에 이르자면 더 오래 삭이면서 보듬어야지 싶어요. 아무래도 글쓴이가 ‘살아온 결’만큼 물을 수밖에 없을 테니, 책 하나를 통틀어서 보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할망하고 하르방이 나오지만 줄거리가 엇비슷합니다. 이러면서 할망하고 하르방이 손수 지으면서 나눈 살림살이 이야기는 엿보기 어려워요. 글쓴이는 이 대목을 못 물어보거든요.


  옷살림 집살림 밥살림은 어떻게 지어서 누렸는지라든지, 연장이나 세간은 어떻게 지어서 누렸는지 같은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할망 하르방이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며 돌보았는지, 또 할망 하르방이 부른 일노래나 놀이노래 같은 이야기도 찾아볼 수 없어요. 삶하고 살림 이야기가 있어야 비로소 텃말이 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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