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하고 책
수다쟁이 나무는 저한테 갖은 이야기를 끝없이 들려주려 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를 옮깁니다. “너희한테 ‘내 몸’을 맡겨 ‘책’을 줬는데 무엇을 배웠니? 그 책에 뭘 적고서 ‘믿니’? 도시에서도 ‘숲’이 있도록, 느끼도록 해 주는데 너희는 무엇을 하니?” 책은 나무입니다. 나무는 숲입니다. 책은 나무이면서 숲입니다. 서울이라는 곳은 자동차에 찻길에 건물이 빼곡하지만, 크고작은 책집하고 도서관이 있어 이러한 곳이 ‘쉼숲’이 됩니다. 책읽기란 나무읽기이자 숲읽기이니, 책을 손에 쥐면서 숲바람을 마시고 숲결을 받아들이는 셈입니다. 우리는 책을 두 손에 쥐면서 어떤 숲을 어떻게 얼마나 누리거나 느껴서 삶을 새로 배워 우리 보금자리나 터전을 푸르게 가꾸는 길을 갈까요? 책이 나무요 숲인 줄 모르는 채 숫자만 머릿속에 집어넣느라 사회의식과 종교에 얽매여 ‘배움 아닌 믿음’으로 딱딱하게 굳어버리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