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걷는다는 생각
아이를 낳아서 돌본 어버이라면 누구나 아는데, 아이들은 ‘못 걷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둘레 사람들이 으레 걸어서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머잖아 일어나서 걸어야지. 일어나서 걸으며 새롭게 놀아야지.’ 하고 꿈꾼다. 이 같은 꿈을 키우는 아이 곁에서 어버이는 ‘아이가 못 일어난다’든지 ‘아이가 못 걷는다’는 생각조차 않는다. 아이가 애써 일어났다가 주저앉아도, 아이가 한 걸음을 떼려다가 자빠져도, 아이가 한 걸음 겨우 떼고는 넘어져도, 활짝 웃으면서 ‘새 한 걸음’을 기뻐하고 노래한다. 앞으로 아이가 훨씬 튼튼하고 씩씩하게 이 땅을 딛고 뛰어다닐 수 있다고 북돋운다. 글을 어떻게 쓸까? 글을 어떻게 잘 쓸까? 아주 쉽다. 아기가 젖만 빨다가 뒤집다가 기다가 걷듯이 쓰면 된다. 아이처럼 생각하면 된다. 오로지 일어나서 걷고 달리고 뛰며 신나게 놀겠다고 꿈꾸는 아이처럼, ‘내 삶을 내 손으로 신나게 옮기고 싶다!’는 꿈을 꾸면서 연필을 쥐면 된다. ‘잘 쓰자’는 생각이 아닌 ‘내 손으로 쓰자’는 생각이면 된다. ‘멋지게 쓰자’는 생각이 아닌 ‘내가 손수 짓는 삶을 바로 내 손으로 쓰자’는 생각이면 넉넉하다. 오늘부터 쓴다. 이제부터 쓴다. 날마다 배우면서 쓰고, 늘 자라면서 쓴다. 2018.8.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