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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삐삐와 닐스의 나라를 걷다 - 문화와 역사가 함께하는 스웨덴 열두 도시 이야기
나승위 글.사진 / 파피에(딱정벌레) / 2015년 12월
평점 :
인문책시렁 5
《스웨덴, 삐삐와 닐스의 나라를 걷다》
나승위
파피에
2015.12.28.
스웨덴에서는 정치가라고 해서 특별히 월급이 많다거나 더 많은 혜택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정치가는 그저 여러 직업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국회의원들 중에는 업무량은 많은데 그에 비해 월급이 적어 이직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101쪽)
닐스가 기러기떼와 여행을 하던 시절, 이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갑자기 공장 노동자가 되어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닐스와 기러기떼가 타베리산을 떠나 다시 여행길에 오른 아름다운 봄날, 고된 일을 하다 고개를 들어 하늘 높이 날아가는 기러기를 본 타베리산의 광부, 옌셰핑의 공장 노동자들, 성냥공장에서 일하는 아가씨들 …… (158쪽)
페르 알빈 한손은 내 나라 내 국민을 전쟁의 참화로부터 지킬 수 있다면 도덕적 비난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스웨덴의 당시 정치 노선은 ‘중립’이 아니라 국민을 전쟁 참화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전쟁 불참’이었다고 할 수 있다. (262쪽)
한국에 살면서 정작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잘 모릅니다. 오늘 이 나라가 아름다운지, 어제 이 나라가 아름다웠는지, 앞으로 이 나라가 아름다울 수 있는지 잘 모릅니다. 시골에서 살며 보면 곳곳에서 부질없는 삽질이 잦습니다. 이런 삽질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이들이 참 많구나 싶습니다. 이는 서울도 매한가지일 텐데, 돈을 빼돌리거나 벌고 싶다 하면 그냥 돈만 챙길 노릇이지, 왜 숲이나 땅을 망가뜨리면서 돈질을 하는지 아리송하기 일쑤입니다.
공무원도 예술가도 ‘사업’을 한다고들 하는데 ‘事業 = 일 + 일’, 그저 ‘일’일 뿐입니다. 그러나 덮어씌우기를 합니다. 이쪽도 저쪽도 겉을 꾸미려 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돈을 빼돌리거나 뒷돈을 챙기려는 이들은 돈질이 드러나지 않도록 껍데기를 씌우는구나 싶습니다. 겉차림이나 자동차도 시커멓게 꾸미려 하지요. 텅 빈 속을 반들거리는 까만 허울로 감쌉니다. 오늘 한국에서 옷은 겉치레입니다. 자동차나 사업이나 건물도 살림살이하고 멀어진 겉발림으로 흐릅니다.
《스웨덴, 삐삐와 닐스의 나라를 걷다》(나승위, 파피에, 2015)를 읽으면서 두 나라를 가만히 맞대어 봅니다. 스웨덴은 삐삐나 닐스라고 하는 아름답고 엄청난 이야기가 태어난 나라입니다. 한국은 어떤 이야기가 아름답거나 엄청나게 태어났을까요? 한국은 어떤 이야기를 아로새기거나 나눌까요? 아직 한국은 아름다운 이야기나 엄청난 이야기가 없지 않나요? 작가랑 평론가랑 기자랑 공무원이랑 손을 맞잡고 띄우려고 하는 ‘문학집’을 돈을 들이부어서 번드레하게 세우는 모습은 아닐까요?
전쟁 불구덩이에서 나라를 지키려는 벼슬아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라 곳곳 살뜰한 이웃을 마주하면서 이야기꽃을 구슬로 엮는 글벗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아직 아무것도 없는 이 나라일 수 있습니다. 아직 어느 누구도 아름다운 글빛을 짓지 않는 이 나라일 수 있습니다. 스웨덴은 한국처럼 사대주의나 식민지나 봉건질서에 억눌려 스웨덴말이 망가진 적은 없지 싶어요. 문학이 피어나려면 ‘삶을 담은 말’이 고스란히 살아서 흘러야 합니다. 한국은 아직 한국말조차 제대로 피어난 적이 없으니, 문학이건 정치이건 문화이건 교육이건 제대로 기지개를 켜기도 어려울는지 모릅니다. 참 모르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나라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