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을 쓰는 이가 4을 쓰는 이한테



  우리는 어떤 곳을 어떤 눈으로 보면서 어떤 삶을 보낼까요? 오늘날에는 과학에서 밝히기로도 사람들이 머리(뇌)에서 1/10도 제대로 못 쓴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책을 읽을 적에 글쓴이 눈길이나 마음길을 어느 만큼 헤아리거나 읽어낼까요? 머리를 1/10도 못 쓰는 우리 삶이라면, 어쩌면 우리는 글쓴이 넋을 거의 못 헤아리는 눈높이로 책을 마구 읽어치우는 셈은 아닐까요? 어느 모로 본다면 숱한 글쓴이도 머리를 고작 1/10만큼 다루면서 책을 써낸 셈은 아닐까요? 지구 아닌 다른 별에서 머리(뇌)를 오롯이 다 쓸 줄 알면서 자그마치 셋이나 넷이 되는 머리로 살아가는 이가 있다면, 우리는 다른 별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알아차리거나 읽어낼 수 있을까요? 1993년에 나온 영화 〈contact〉를 보면 다른 별에서 보내 준 엄청난 자료를 지구별 사람 머리로는 도무지 못 알아채다가 한 사람이 문득 수수께끼를 풀어낸 이야기가 흘러요. 그리고 이 수수께끼를 풀었어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우주선이 별누리를 오가면서 시간을 가로지르는 길’이 무엇인가를 못 깨닫고 못 보며 모르지요. 책을 쓰는 사람으로서, 또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여기에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로서, 곁님하고 시골에서 보금자리숲을 짓는 사람으로서, 나는 내 머리를 어느 만큼 열어서 쓰는가 하고 아침저녁으로 되돌아봅니다. 나한테는 하나 있는 이 머리를 1/10이 아닌 10/10을 오롯이 쓰면서 살자고 거듭 되새깁니다. 2018.7.2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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