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고치시려면



  내가 쓴 글을 매체에 보낼 적마다 토를 살짝 붙인다. 부디 내 글을 고치시려거든 다음에 맞게 고쳐 주십사 하고. 나는 내 글을 한 군데도 손을 안 대고 그대로 싣기를 바라는 사람이 아닌 터라, 고칠 곳이 있으면 제발 알려주고서 고쳐 주십사 하고.


 ㄱ. 제가 쓴 한국말을 한자말로 바꾸지 마셔요

 ㄴ. 제가 쓴 한국 말씨를 번역 말씨나 일본 말씨로 바꾸지 마셔요

 ㄷ. 제가 쓴 한국말을 영어로 바꾸지 마셔요


  이 세 가지를 지킬 수 있다면 글손질이 나쁘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 세 가지를 어기면서 내 글에 일부러 한자말이나 번역 말씨나 일본 말씨나 영어를 끼워넣으려 한다면, 참으로 안타깝다. 무엇을 배우거나 얻으려고 이 세 가지조차 안 지키면서 내 글을 받으려 하는가? 나는 한국말다운 한국말로 이야기를 펴려는 사람이니, 내가 쓰는 한국말에서 아직 나 스스로 모르거나 틀린 대목을 짚어 줄 적에는 반가우나, ㄱㄴㄷ 세 가지를 어기는 이들을 보면, 그들이 무엇을 얻거나 배울는지 하나도 알 수 없다. 2018.7.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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