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성이 없고 창비시선 197
김명수 지음 / 창비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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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4


아기는 성이 없고

 김명수

 창작과비평사

 2000.6.10.



  다 읽고 나서 덮은 시집 《아기는 성이 없고》를 곁님이 문득 집어듭니다. “이 시집 무슨 이야기예요?” 하고 묻는다. 가만히 생각하다가 “응, 좀 재미없네.” 하고 대꾸합니다. 좀 얇다 싶은 시집에 흐르는 시를 읽는데 세 꼭지를 빼고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 세 꼭지에는 할아버지 나이로 다가서는 시인이 숱한 끈이랑 무게를 내려놓고 조용히 바라보는 숨결이 흐릅니다. 젊음이란 젊어서 아름답고, 늙음이란 늙어서 아름답겠지요. 그런데 젊음은 오직 젊음만 흐르지 않고 늙음도 함께 있다고 느껴요. 늙음도 그저 늙음만 가득하지 않고 젊음이 함께 도사린다고 느껴요. 시 한 줄이란, 모든 것에 깃든 두 갈래 숨결을 고스란히 밝혀서 사뿐히 얹는 깃털 같은 이야기이지 싶습니다.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잡으면서 늙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저 동무로 여깁니다. 아이는 둘레 어른이 사이에 끼어들어 ‘어른한테 높임말을 해야지!’ 하고 끝없이 다그치지 않으면 할머니 할아버지하고뿐 아니라, 새랑 구름이랑 바람이랑 해랑 별이랑 꽃이랑 바다하고도 살갑게 동무로 지낼 줄 압니다. 이동안 할머니 할아버지도 아이처럼 맑은 눈이 되고요. ㅅㄴㄹ



새야, 아이와 놀아주렴 / 나무야, 아이를 안아주렴 / 바다야, 수평선아 / 아이와 놀아주렴 / 솔방울아, 물고기야, 물결나비들아 / 아이의 방에 쇠창살을 걷어주렴 / 쇠창살 속에 아이가 있단다 / 폭풍우 속에 아이가 있단다 (새야, 나무야/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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